[이럴 땐, 이런 책] 전태일 평전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가시밭길을 걸을 때가,
한 번쯤은 투사가 되어
마음의 불길을 일으키려는 때가 있겠지.
그럴 때마다
현실을 부정하면 나만 손해라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라고,
그건 그냥 그런 거니까,
원래 그렇다니까......
이렇게 스스로를 달래겠지
그런데 아니었어,
온전한 인간이 되어 가려면
더 넓은 가시밭길을 찾아야 하고,
더 세찬 불길을 일으켜야 한다는 걸,
이 책을 보고야 깨달았지.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
이 책이 내게 또 한 번의 위로가 될 줄,
미처 몰랐네.
<전태일 평전>
위로와 자극을 번갈아 전하며 내겐 의지가 되었던 책입니다.
오늘 이 책의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봤습니다.
일터에 기름 붓고 싶은 날이라서......
그런데
그것이
난데없이 마음 속에 일어난 열정인지 희망인지 괜한 불길인지, 아니면
불장난으로 끝나며 지레 놀라 오줌이나 지릴 일인지
아직도 모르겠네요.
사회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이런 걸 똑바로 알게 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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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쪽
현실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사인 것이다. 그 현실의 가장 깊은 질곡 한 가운데에서 몸부림치면서, 자기의 심장으로 느끼고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었던 사람이야말로, 교과서의 해설이나 권위자의 암시를 통하여 왜곡되는 일이 없는 현실의 벌거벗은 모습을 생생히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이야말로, 현실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그리하여 자신의 인간성을 가장 열렬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127쪽
오늘도 보람 없이 하루를 보내는구나. 하루를 보내면서 아쉬움이 없다니, 내 자신이 이렇게 타락할 줄은 나 자신도 이때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145쪽
그것은 되든 안 되든 한 번 바로잡으려고 해볼 수밖에 없는,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절대적인 과제가 되었다.
154쪽
오늘의 현실이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조만간에 다른 것으로 고쳐질 수 있는 것이라고 확인할 때 분노하는 자의 가슴에 타고 있던 불씨에는 기름이 부어지고 저항하는 자의 팔뚝에는 뜨거운 핏줄이 솟는 것이다.
164쪽
무엇인가 마음을 치는 大義의 부름이 있어 고난의 가시밭길을 스스로 나서는 사람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바보이다.
166쪽
체념하고 굴종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일 수는 없다. 삭막한 겨울 벌판의 나무둥치 속에서 내일 화사하게 피어날 꽃잎을 바라보고 오늘의 꿈이 내일의 현실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고난의 길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현실주의자인 것이다.
204쪽
터무니없는 부끄러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터무니없는 열등의식에서 벗어나서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같은 처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웃에게 침 뱉기를 그만두고 돌아서서 자신을 학대하고 경멸해 온 질곡의 현실을 향하여 부유한 자 강한 자들의 세상을 향하여 되레 침을 뱉어야 한다. 이것이 모든 것의 출발인 것이다.
205쪽
완전한 거부-완전한 부정
현실의 덩어리 속에 뭉쳐지지 않겠다, 기존 사회의 덩어리, 그것은 완전히 무가치한, 완전히 부정되어야 할, 완전히 추악한 덩어리였다. 덩어리 전부 분해!
모든 인간은 서로서로가 서로서로의 ‘전체의 일부’다.
한 인간에게라도 적대적인 현실은 곧 모든 인간에게 적대적인 현실이며, 한 사람의 이웃의 신음소리는 곧 전태일 그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아픔이었다.
-모두가 용해되어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267쪽
우리 사회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비틀거린다면, 우리 사회의 신문 역시 강한 자, 부유한 자의 속성에 비틀거리고 있다.
280쪽
자아의 좁은 환상에 집착하여, 그 속에 밀폐되어 껍데기를 쌓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참으로 사랑할 수 없으며 아무것도 참으로 소망할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많은 것을 희망하고 많은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착각한다. 부, 권력, 명예, 미모의 異性과......, 그러나 그것들은 알고 보면 자기 자신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더욱 처절한 고통과 고독의 심연으로 몰아넣는 허구의 욕망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약점은 희망함이 적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