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가르치며, 중국어를 배우며
출처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759261&memberNo=33627363&vType=VERTICAL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오백해 줘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고백해 줘요, 인 줄 알았잖아.”
남자의 반응에 여자는 또 한 번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오백해 줄 거냐고요?”
두 사람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말과 듣고 싶어하는 말을 은연 중에 강조했고, 또 상대의 말이 자기가 들은 말과 같은지 확인을 할 뿐, “왜 나는 고백, 오백, 이 단어도 똑바로 발음을 못하는 걸까?”라며 자책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장입니다.
자신을 사장이라고 소개한 대학 3학년 학생은, 책상 위에 서류를 펼쳐놓고 뭔가를 설명하려 했다. 그리고 몇 군데에는 날더러 서명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 그 학생의 한국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왜 나를 찾아오게 되었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 학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학교, 한국 동아리 만들어요, 나 동아리 사장이에요. 선생님, 지도 선생님”
짧은 한국어 실력에도 자기가 알고 있는 단어를 죄다 끌고 와 나에게 “동아리 사장” 이 무엇인지, 자기 동아리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리고 선생님은 한국 사람이고, 한국어 선생님이니 우리 동아리의 지도교사가 되어주시면 좋겠다는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학생의 짧은 한국어로 장황한 설명을 듣고 그 학생이 나를 찾아온 이유를 찾아냈고, 그 아이를 어느 가게나 회사의 사장으로 오해했던 게 웃겨서 나도 모르게 그 학생 앞에서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그 학생도 나를 보고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어? 나, 사장 아니에요?”
그 아이에게 우리의 오해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한 설명이기도 했다.
동아리는 한자식으로 읽으면
사단(社團[shètuán])이다.
그리하여 동아리 회장은
사장(社長[shèzhǎng])이 된 것이다.
나도 중국어로 말하면서 많은 사람을 웃겨주고, 또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를 종종 우연히 만났어요.(遇到 [yùdào]) "
"그와 종종 춤을 췄어요.(舞蹈 [wǔdǎo])"
라고 말하기도 하고,
여기(這裡[zhèlǐ]), 저기(那裡[nàli])를 구분하지 못해,
여기로 가요, 저기로 가요, 를 수시로 혼돈해서 쓰며, 함께 길을 가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무안해서 입을 확, 붙여버리고 싶다가도,
몇 십 년 동안 쓴 한국어도 쓰다 보면 말이 헛 나올 때도 있는데, 몇 번밖에 안 써 본 외국어는 몰라서도 잘못 말하기도 하고, 알고도 헛 나오는 일이 부지기수인 건 당연하지, 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어? 그 말 아니었네, 하하”
앞서 말한 앤디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그에게는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있어도 한국어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앤디는 영어로 대화하거나 글을 쓸 때에도 실수를 할 것이다. 그의 모국어인 영어와 그의 외국어인 한국어 사용 시 실수를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모국어로 실수를 했다고 해서 하루 종일, 아니 한 달 넘게 주눅들어 말을 하지 않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테니까.
주눅들지 말고,
실수는 그냥 웃어 넘겨 버려
외국어 능력자의 마음 속은 그러하다.
대화는 오해의 연속이며, 모국어에서도 예외는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