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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Feb 02. 2017

통닭의 대가리는 어쩌라고

아주 당연하지만 당연하지만은 않은,


1.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갔다.

2.    병원에 가서 설사와 목감기 증세가 있다고 말했다.

3.    치과 예약 확인을 전화로 했다.

4.    영선반 직원에게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5.    온천이 유명한 지역을 찾아가 일박을 묵었다. 그곳은 아주 산골이었다.

6.    통닭을 주문했다. 닭 한 마리가 얌전하게 눈을 감고 흰 쟁반에 앉은 채로 나왔다. 직접 면장갑을 끼고 닭 대가리를 뜯어냈다.


 위의 사항은 내 짧은 중국어로 스스로 해낸 일이다. 혼자서 못할 것 같았던 일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해낸 자신을 “토닥토닥” 해 주기 위해 “오늘의 성취 목록”을 직접 써 본다. 이 목록을 하나씩 써 가면서 느낀 것이 있다.


외국어 학습에서 간과할수 없는 사항은,
낯선 시스템을 이해하고실제 써 보는 용기였다.


그래서 나는,

당연하지만 때론 당연하지 않은, 

쉽지만 때론 쉽지 않은 일들을 하나씩 할 때마다 

그날의 용기 있는 행동을 하나씩 적어간다.


그러니까

외국에서의 용기 있는 행동은

종교, 정치적인 문제로 탄압받는 민중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광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것,

(대만은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을합법화 하는 국가가 될 지도 모른다. 현재 검토 중이다.)

못지 않게


통닭이 대가리를 달고 나왔을 때

그걸 뜯고 먹느냐, 

뜯고 안 먹느냐,

점원을 부르느냐, 

점원이 떼어낸 대가리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중요한 것이었다.

(실제로 통닭을 주문하면, 점원이 닭을 뜯어서 드릴까요, 그냥 드릴까요, 라고 묻는다.)


일상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이곳의 상황과 통념이나 습관에 맞춰

하나씩 해 나가는 것이

보다 인간답게 사는 과정이 된다는 것을 

조금은 천천히 알아가고 있다.



어쨌거나

통닭은 맛있었다. 

닭 대가리의 맛은, 여전히 모르겠다. 



* 다음은 용기 내어 물어 물어 찾아간 곳들입니다. 특히 물과 불이 공존하는 작은 굴이 신비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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