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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Jan 28. 2018

대만에서 계산하기

대만에서 계산할 때의 유의점



대만 생활 2년 반이 지났다. 아직도 중국어를 잘 못한다. 특히 말하기가 힘들다. 여전히 매번 더듬거리기 일쑤다. 휴대폰 기종과 플랜을 비교 점검해 보며 구입하는 일이나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일 등에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은 대부분 혼자 해결하고 있다.


(1) 병원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한 뒤, 의사나 약사의 주의사항을 듣고 이해할 수 있고,

(2) 훠궈집에 가서 국물, 양념장 종류 등을 따져가며 주문할 수 있고,

(3) 자주 가는 빵집에서 난데없이 쇼핑백을 사겠냐고 물으면, “쇼핑백 사는 데 돈을 내야 하나요?”라고 되물을 수 있다.

(4) 계산이 잘못 되었을 때, 점원에게 재확인을 요청할 수 있으며,

(5) 미용실에 아이를 데려가 “우리 아이는 앞머리 스타일에 예민하니 앞머리는 너무 많이 건들지 마시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짧게 밀어주셔도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게 예상하지 못한 말을 걸 때면 잠시 머뭇거리다 답을 해 주며 버벅거리기 일쑤다.


여전히 초급 실력을 면치 못하는 것 같은데,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덜 당황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어도 상대가 하는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듣고 있으면, 키워드가 하나씩 들리며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즉, 대만에 일정 기간 살다 보니, 중국어 능력이 난데없이 향상되었다기보다 상황 파악을 빨리 해 덜 긴장하고, 상황에 맞춰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외국에 살다 보면, 그 나라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해 헤맬 때가 많다. 마치,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애써 배운 한국어로 상점에서 물건 값을 물을 수 있지만, 점원이 갑자기 “현금영수증 필요하세요?”라고 되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게 된다. 바로 “현금영수증 발급 제도”를 모르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예요?(多少錢?)"은 초급 중국어 책에서 배웠지만, "통비엔( 統編[tǒngbiān]) 이 필요합니까?( 需要統編嗎?)"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만에서는 점원이 고객에게 “統編 [tǒngbiān]”이 필요한지를 꼭 묻는다. 우리로 말하자면 법인카드 사용의 개념과 유사하다. 여기서는 법인카드 사용 대신, 회사 고유 번호를 사용한다. 점원은 개인이 구매하는 것인지, 기관에서 구매를 하는 것인지 확인을 한다. 대부분은 개인적인 용도로 구입을 하므로 “아닙니다( 不用 [búyòng])”이라고 대답하고, 학교나 회사 측에서 구입하는 것이라고 하면, 일련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統編”을 딱 한 번 써 보았다.


 (마트의 경우)계산할 때, 점원은 고객에게 적어도 네 가지 이상 질문을 한다.

(1)  회원카드 있습니까?

(2)  봉투 구매하시겠습니까?

(3)  통비엔이 필요합니까?

(4)  영수증 뽑아드릴까요?


편의점에서는 주로 (2), (4)번 질문을 한다. 적게 샀을 때에는 (4)번만 질문한다. 음료나 음식을 주문할 때에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그 부분은 다음 단계에서 다루어야 할 것 같다.


그 나라의 시스템을 이해하면 외국어 쓰기가 조금은 더 수월해진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까.

 

<여기서 잠깐!>

(0) 오늘의 대만 환율:   36.59원                                                                                                                        

(1)  대만에서는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면허증으로 운전을 할 수 없다. 장기 체류를 하며 운전을 하려면 대만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으며(한국과 대만에서 모두 운전을 하지 않으며, 한국 면허증만 있다) 앞으로 할 계획도 지금으로서는 없다. 추가로, 대만이 기름값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는다.

(2)  휴대폰의 경우, 데이터 무제한, 아이폰 6 기기 무료, 2년 약정으로 기본요금 대만 돈 1,399원을 낸다. 대만인들 말로는 저렴한 편은 아니라고 한다. 통신사는 台灣大哥大(타이완따거따)이다.

(3)  병원 처방전을 가지고 가면 약국에서 약값을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동네병원은 치과의 경우 50원, 이비인후과는 150원 가량이다. 나는 대만에서 근무하고 있으므로 학교에서 의료보험카드(建保卡)를 발급해 주었고, 의료보험료도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의료 시스템이다.

(4)  대만에서는 요즘 환경 문제로 (종이 사용을 줄이려고) 영수증을 발급해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계산 뒤에 “영수증 출력해 드릴까요? 라고 꼭 묻는다. 나는 셈에 약한 외국인이므로 혹시 계산이 잘못될 수 있으니 항상 출력해 달라고 한다. 가끔 직원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으므로 출력해서 본인이 확인하는 편을 추천하고 싶다. (영수증은 중국어로 发票 [fāpiào], 收据 [shōujù]다. 보통 편의점, 마트 등에서는 전자를 쓰고, 택시에서 수기로 적어주는 영수증의 경우에는 후자를 쓴다.)

(5)  대만에는 <영수증 복권>이 있다. 격 달로 영수증 번호를 추첨해 일정 금액을 제공하는 복권이다. 영수증은 버리지 말고 꼭 보관해 홀수 달에 번호를 확인해야 한다. 영수증 복권 번호 확인 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https://www.etax.nat.gov.tw/etw-main/web/ETW183W1/

(6)  병원, 약국, 미용실 중 신용카드를 받는 곳을 단 한 군데도 본 적이 없다. 음식점은 집집마다 다르다. 단, 좋은 식당이라고 해서 카드를 받을 거라는 예상은 금물이다.

(7)  빵집은 회원카드를 소지하는 고객들이 있으므로, 회원카드가있는지 묻기도 한다. 빵집 회원카드를 하려면, 대만돈 100원을 내야 한다. 가게마다 다른데, 그에 따른 혜택도 있다. 참고로 대만 빵은 참 다양하고 맛있다!


 

대만 개인 병원(이비인후과) 근무 시간, 다른 곳들도 비슷하다.
대만 편의점(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한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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