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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Feb 28. 2018

휴지 대란

[대만 생활 일반]휴지 사셨나요?

“선생님, 휴지 샀어요?” 

함께 점심을 먹던 학생이 내게 물었다.  

난데없이 웬 휴지? 

알고 보니 대만은 지금 휴지 대란이었다. 


3월 중순부터 휴지 가격이 30% 가량 인상된다고 한다. 그렇게 오른다면 적지 않은 가격일 게다. 

곧 때가 다가올 것이니 서둘러야 했다.

우선 인터넷 쇼핑 앱에서 휴지를 찾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휴지가 매진이다. 


대만 인터넷 쇼핑몰 momo shop. 화장지가 모두 매진이다. 2018.2.28



오늘 마트를 두 군데나 갔다. 

여기도 역시나 휴지가 동이 났다. 

휴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자주 쓰는 휴지는 이미 다 팔린 상태였다. 


마트 내 텅텅 빈 화장지 매대의 모습.  화장지가 두 종류만 남아 있었다. 2018.2.28.


한국에서는 화장지라고 하면 으레 두루마리 휴지를 떠올린다. 그런데 대만에는 한국에 비해 두루마리 휴지를 잘 쓰지 않는다. 가정집이나 업소에서도 상자에 든 크리넥스처럼 네모나게 뽑아 쓰는 휴지를 사용한다. 나는 지금껏 집에서는 두루마리를 쓴다. 네모난 휴지를 화장실에서 쓰는 일이 익숙하지가 않아서였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네모난 화장지를 샀다. 400장들이 6개에 150원대였다. (오늘의 대만 환율: 대만 1 달러(NTD) =한국 36.95원(KRW)) 



오늘 구입한 노란(?) 휴지, 평소에 쓰는 핑크(?) 휴지


두루마리 휴지는 6개들이가 보통 60원을 넘지 않는다. 평소에 사던 두루마리 휴지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고, 화장지 종류가 딱 두 가지밖에 없어 노란색 제품을 골랐다. 그 이유는 딱 하나, 변기 안에서 잘 녹는다는 표시가 되어 있어서였다. 대만도 변기 안에 휴지를 버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도 어떤 화장실은 잘 막히는 곳이니 변기에 휴지를 넣지 말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이 종종 있다.  



휴지 가격이 인상된 이유는, 아래 한국과 대만의 신문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세계 펄프 가격 인상 때문이다. 한국 신문(서울신문 2018년 2월 27일자)에서는 “중국이 정화시설을 갖추지 않은 펄프 생산 설비 가동을 제한하면서 공급량이 줄었고, 혼합폐지 수입금지 및 생산 제한 조치가 펄프 수요를 끌어올렸다”고 했고, 대만 신문 (蘋果日報 2018년 2월 26일자)에서는 대만 국내 원목 생산 능력이 부족하니 화장지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물티슈, 복사용지 등도 줄줄이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 전망했다.  


400장 들이 6개 묶음 휴지를 사 들고 집에 들어오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네모난 휴지를 과연 유용하게 잘 쓸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휴지를 하나 꺼내자마자 걱정은 더 심해졌다. 어디를 열어, 어떻게 꺼내 쓰는지조차 몰라 헤매다가 사방을 다 뜯어 놓았다. 이 휴지는 크리넥스처럼 톡, 뽑아 쓰는 것이 아닌 넙적한 휴지를 조심스럽게 한 장씩 꺼내야 하는 듯했다. 급할 때 과연 조심스럽게 빼내 쓸 수 있을까?  

네모난 휴지와의 사투가 조만간 시작될 것 같다. 

아니, 내가 휴지를 제대로 사긴 한 건가? 저것은 화장지가 맞겠지? 맞을 거야, 맞고 말고, 이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왠지 저 노란 휴지를 보면 볼수록 심란해지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내게 휴지가 있어서. 


“휴지 사셨어요?” 

이 질문은 이미 안부 인사가 되어 버렸다.  


아울러, 나의 휴지를, 나의 화장실을, 나의 일상을 매번 걱정해 주고 챙겨주는 학생이 있어 마음 한 켠이 든든하다.  오늘 휴지를 살 수 있었던 건, 모두 그녀 덕분이다. 숙운 씨, 고마워요!



http://v.media.daum.net/v/20180227093103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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