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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 Aug 03. 2023

엘리와 뻐꾸기 시계

01. 뻐꾸기 시계

달 어스름이 창가를 비추고 , 휘이 휘이 부는 바람 소리가 창문을 스쳤다.


엘리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무릎을 굽혀 등을 일으켜 세웠고,

침대맡에 앉아 중얼 거렸다.

”12시… 자정… “

고민은 길지 못했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하얀 발을 내딛었다.

‘끼익’

나무 바닥의 소리는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렸다.


그녀의 방은 2층 다락이었고, 침대 옆엔 작은 창문이 있었다.

아직 작은 그녀가 허리를 꼿꼿하게 펴도 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는 그녀에겐 안전한 장소였다.


손에 든 촛불은 그녀의 마음처럼 일렁였고,

그녀의 발은 겁먹은 토끼마냥 조심스럽게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그녀의 어머니가 깨지 않기를 바랐다.



1층에 다다랐을 때, 적막함 속에서 알수 없는 어수선함과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고개를 재빠르게 돌렸다.

다행히 안방 문은 닫혀있었고, 그녀의 어머니의 코고는 소리가 문너머로 들렸다.

그녀의 어머니의 코고는 소리는 마치 아기 코끼리의 소리와 같았다.

‘ 히이이 ! 쉬이~ ! ’


주방을 지나 거실로 걸어가자, 시계바늘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져 왔다.

엘리가 태어났을 때 부터 있던 뻐꾸기 시계였다.


엘리가 시계로 시선을 고정했을 때, 시계바늘은 11시 5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3분 남았어…”


그녀는 잠옷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쪽지를 꺼내들었다.

[ 2월 27일, 자정, 뻐꾸기 시계, 그곳에서 만나]


“대체 뭘 어떻게 만나잔거야…”

그녀가 생각해도 , 이건 정말 바보같은 일이었다.

‘ 그 남잔 미친 사람인게 분명해 .. 그냥 날 골탕먹이려던 거야.’


어느새 시계바늘은 11시 59분쯤인 것 같았다.

이 맥빠지는 이상한 쪽지가 거짓이라 결론 내렸음에도, 그녀의 심장은 왜인지 모르게 쿵쿵대기 시작했다.


촛불이 타들어가고 입술은 바짝 말랐다.

주방을 지나쳐올 때 물이라도 마실 걸 그랬을 걸 후회하는 중에


정적을 깨고

뻐꾸기가 울었다.

“뻐꾹- , 뻐꾹-, 뻐꾹-”

그녀는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이렇게 뻐꾸기 소리가 컸었나...

한동안은 뻐꾸기 소리에 잠을 뒤척인 적이 없었다.

오늘따라 천둥 소리마냥 큰 뻐꾸기 소리에 거부감이 들었다.

뻐꾸기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계속해서 울어댔다.


”뻐꾹- , 뻐꾹- , 뻐꾹-, 뻐꾹-, 뻐꾹- , 뻐꾹-, 뻐꾹-, 뻐꾹- “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   열 ,     열하나 …”


숫자 세기를 까먹기라도 한듯이 그녀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숫자를 세었다.

이제 한번 남았다.


“뻐꾹- , ……뻐꾹-”

“열둘…….   ?????”


손가락을 다시 내려보고 다시 뻐꾸기를 올려다 보았다.

열 셋… 왜 열셋이지….

‘나 이제 숫자도 못세는 건가, 분명 … 열셋이야…..‘

그녀는 왜인지 모르게 닭살이 돋았다.


뻐꾸기는 자기 집으로 몸을 감췄고, 문이 닫히자,

시계 아래 매달린 솔방울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도 같이 흔들렸다. 어디서 바람이 부는건가 한 그녀는 거실 창문을 바라봤다.

굳게 닫혀있었지만

솔방울들을은 크고 작고를 떠나 바람에 흔들리듯 흔들거렸다.

엘리는 , 가장 큰 솔방울 장신구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댔다.

마치 솔방울들이 곧 떨어져 나갈것만 같아서…


솔방울을 잡자 마자,

촛불이 꺼졌다.

이젠 그 바람이 집 안 곳곳에 부는 듯 했다.

거대한 바람 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어디선가 모래 폭풍이 부는 것만 같았다. 눈마저 따가웠다.


‘내가 꿈을 꾸는 걸까… 드디어 미쳐버린 걸지도 몰라….‘

바람은 점점 거세졌다.

거실의 창문이 열리고, 어둠속에서 나무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제 그녀의 몸도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닫아야겠어’

그러나 그녀의 발은 이미 공중에 붕 뜬 상태였고, 어둠속에 창문 밖 나무는 뿌리채 뽑혀나갔다.

매섭게 부는 바람은 마치 태풍이라도 온 것 마냥 거셌다.


‘ 엄마 어떡하지 .. 이러다 집 전체가 위험하겠어’하고 고개를 돌려 안방쪽을 본 엘리는

순간 온 몸이 굳었다.

그녀가 서있는 거실은 온통 난리가 났는데

주방 부터 안방 쪽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마치 분리된 공간 처럼 …



몸이 붕떠오르고, 그녀는 점점 숨이 가빴다.


대체 이게 무슨 미친 상황이란 말인가…


솔방울을 든 그녀의 손이 올라가자 솔방울을 매단 줄이 그녀의 손에 감겼다.


그녀는 이제 모든 상황이 공포스러웠다.

머리는 곧 천장에 닿을 만큼 올라갔다.


뻐꾸기 집이 눈앞에 보였다.


공포에 몸이 떨리고 화가 난 엘리는 뻐꾸기 집을  검지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욕을 했다.

“네가 그랬지 이 망할 뻐꾸기!! 나와 ! 너가 열세번이나 쳐울어서 이모양이잖아… 무서워… 이 거실 꼴을 보라고 … 그 미친 인간 말을 믿는게 아니었어.. “


그 말에 화답이라도 한걸까…


갑자기 뻐꾸기 집 문이 열리고, 뻐꾸기가 나왔다.

뻐꾸기의 눈은 푸르게 빛났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환영해”



그리고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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