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마무리
같은 자리에서 같은 버스에 오른다.
그때와는 달리 넉넉한 마음이
제대로 슬퍼하지 못했던 정신없던 새벽의 나를 데려온다.
새해를 앞두고 한국을 떠나는 마음은
현실을 모두 밀어버린 채 도망쳤던 그날을 떠오르게 한다.
모든 게 질척하게 섞여 도무지
내가 왜 슬프고 괴로운지 알 수 없던 날.
온통 뒤섞여 뭐가 뭔지 알 수 없음에도
기어이 그것들을 분리하기 위해 애쓰던
부질없던 마음과 노력들.
선명히 분리되기를 원하기도, 원치 않기도,
나조차 알 수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괴로움 속에 앉아있던 날들.
눈치 보지 않고 울고 나니
이제야 그날이 마무리된다.
23.12.29.
너무 힘들고 슬픈데 그럼에도 하루를 살아가야 해서 정신없이 슬픔을 삼킨 적 있나요?
엉엉 울고 싶은데 짐도 싸야 하고, 예약도해야 하고 현실은 내 마음도 모른 채 흘러갑니다.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을 해내다 보니 흘려보내야 할 눈물이 고여버렸나 봐요.
멈추어 웅덩이가 되어있다 같은 버스에 오른 날 결국 터지고 말았습니다.
왜 이제야 나를 위로하고 싶어 졌을까요?
괴로움의 근원을 쫓아 기어이 더 깊이 내려가던 날이 떠오릅니다.
웅덩이가 되어 오랫동안 오늘을 기다리던 눈물은 펑펑 터져 나온 후에나 말끔해집니다.
슬픔의 웅덩이가 더 깊이 스며들기 전에
늦더라도 슬픔을 위한 시간을 열어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