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하루

자유, 행복

by 영무

햇빛이 눈부셔 눈을 감은 채로 걷는 일

말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에게 이유를 묻지 않는 일

잔돈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돈을 받지 않는 일

벤치에 앉았다가 곧바로 일어서는 일

같은 노래를 연속으로 11번 듣는 일

노란색 블록을 밟기 위해 마주 오는 초딩과 기싸움하는 일

이기고 싶지만 어른이니까 비켜주는 일

목적지가 없어도 집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일

사람이 적은 풀길로 걷는 일

소리가 커지면 샛길로 자꾸만 들어가는 일

날아가는 까치를 보며 잠자리를 떠올리는 일

무덤 같은 언덕을 갈색 발로 넘어가는 일

어른들의 걱정 어린 눈빛에 입꼬리를 올려 화답하는 일

슬픈 생각에 뜬금없이 울면서 사람 사이를 걷는 일

초점 없이 걸어 다니는 일

24.02.16.


하루새 벌어진 일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의식하지 않던 작은 사건에 유독 의미를 붙이게 되는 순간, 여러분도 있으신가요?


햇빛의 온도를 음미하고, 발 가는 대로 걷고, 풀길을 헤치는 일을 통해 선의를 베풀 만큼 마음이 여유로워지기도 해요.


자유의 감각을 만끽합니다.


그러나 자유에는 행복과 함께 문득 떠오른 생각에 눈물 흘리며 걱정 어린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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