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은 온통 떠난 존재들
지하철역부터 집까지 걸어오는 10분 남짓의 거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 떠오른다.
10분을 늘여 30분을 걸었다.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주머니에서 자주 피지 않는 담배를 꺼낸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채워 넣는 삶인 것 같다.
이전의 난 무얼 위해 살았을까.
이런 순간이면 내가 날 얼마나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네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스스로를 사랑해 줘',
아마 그건 이런 나를 위한 말이었겠지.
꼭 전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난 늘 내가 받고 싶은 것을 내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오늘에서야 이해하게 된 시,
이럴 때면 따뜻한 네가 그립다.
자다 느껴지는 무게감에 벌떡 일어나 마음 먹먹한 아침은 여전히 슬퍼.
24.03.05
여름잠(안미옥)
...
춥고 서러울 때, 꿀 병에 담긴 벌집 조각을 입안에 넣었을 때. 달콤하고 따듯했어. 꿀이 다 녹고 벌집도 녹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 녹아도 더는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있는 거야. 하얗고 끈끈한 껌 같은 것이. 그런 밀랍으로 만든 문. 네가 가진 문은 그런 것 같다.
...
내내 초를 켜려는 사람이 있었다. 초를 켜면 문이 다 녹는데, 자꾸만 그것을 하려는 너에게. 나는 조언을 해. 그건 다 내게 하는 말이야. 모두 나 자신에게 하는 말들뿐이다. 마음에 담아두지마.
...
마지막 인사는 마지막에 하는 인사가 아니라 마지막이 올 때까지 하는 인사일까.
따뜻한 물로 손을 씻을 때마다 네 생각이 난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일들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고 하더라.
안녕, 잘 지내. 여름을 잘 보내.
아직까지 제 글이 온통 축축하네요.
괜찮아진 듯 살아가다가 '더 이상은 못하겠어',
이런 마음이 저를 가득 채워버린 저녁입니다.
자주 피지 않는 담배를 피우며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들의 부재에 비틀거립니다.
저를 더 사랑하지 못한 대가가 이렇게 찾아오는 걸까요?
제가 주는 사랑은 제가 받고 싶던 사랑임을 깨달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안미옥 시인의 시가 떠오릅니다.
'여름잠'
다가오는 여름 속에서 그 시를 곱씹으며 씁쓸하게 공감해요.
안녕, 잘 지내.
1년이 지난 오늘에도 제 글을 옮기며 여름을 기다립니다.
여전히 그리워하는 마음을 지닌 채로요,
마지막이 올때까지 인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