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놓고 가겠어?"라는 황당하고 충격적인 말
면접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한 언론사 최종면접에 갔더니 대뜸 인적사항을 현장에서 자필로 적으라고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내가 '한자 이름'란에서 勳(훈)을 빼먹고 적은 것이었다. 나이 많은 남자 회장이 거의 반말로 "이름이 빠져있네. 정신을 어디 팔고 다니는거야"라고 지적을 했다.
당황한 나는 낮은 자세로 "주의하겠다", "죄송하다"라고 말했고, 그는 근엄하게 "주의하라"라고 경고했다. 그러더니 돌연 씩 웃으면서 "이러다가는 장가 갈 때도 그거 놓고 가겠어? 허허허"라고 말했다. '그거'라니??? 이런 맥락의 농담(?)을 들은 것이 처음이었고, 당황해서 일단 웃기만 했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야 내가 어떤 말을 들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심지어 회장이 꽤 전통이 있고 이름이 알려진 매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그 언론사에 합격했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도 비슷한 시기에 붙어서 가지 않았다.
당시에는 그저 나를 향한 모욕이나 희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당시 옆에 있던 여성 지원자들이 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지도 떠올려보게 된다. 굉장히 불쾌했을 것이고, 동시에 '이곳은 남자들의 회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 회사에 붙은 것을 알았다면 더더욱 그 심증은 굳어졌을 것이다.
남자 윗사람이 공적인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남자인 부하직원 혹은 젊은 사람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는 회사에서 '여성의 자리'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그들이 오랜 시간 수직적이면서 동시에 철저하게 '남성화 되어있는' 공간이 익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그곳에서 ‘없는 존재' 혹은 주변화된 존재로 전락할수밖에 없다. '방석집'이 문제인만큼 '농담'이 문제라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