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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훈 Nov 12. 2018

불법촬영물 보는 남성들이 세워준 '양진호 왕국'

속칭 '국산 야동' 다운 받았던 남성들, 제발 분노하지 말고 반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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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가 자신이 만든 왕국에서 '폭군'으로 군림할 수 있던 이유는 '돈'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셜록 박상규 기자의 말에 따르면 그는 "나는 2000억 자산가야, 너희들이 내가 뭘 해도 나를 이길 수 없어"라고 말하며 갑질을 일삼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자산은 어떻게 축적된 것일까. 언론들은 양진호의 회사들이 디지털성범죄 영상 등 불법영상 배포를 통해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고 지적한다. 


위디스크 관계자는 "돈이 되는 콘텐츠는 저작권이 없는 비제휴 동영상이고, 그중 90% 이상은 음란물이 차지한다"고 전했다. (뉴스타파). 또한 파일노리 초대 대표는 "음란물은 저작권이 없으므로 수익의 80%을 바로 웹하드가 가져갈수 있다"고 밝혔다.(셜록) 심지어 불법영상을 올리는 헤비업로더는 대포폰을 통해 관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위디스크 직원 역시 "성범죄 동영상 등 불법영상을 올리는 헤비업로더는 회사와 상생관계"라고 증언했다. (한겨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 캡처


결국 양진호에게 가장 중요한 소비자는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포함한 성인 카테고리에 있는 영상을 다운받는 남성들이었다. 이들이 얼만큼 다운받느냐에 따라서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공급을 책임져주는 헤비업로더를 관리한 것이다. 참고로 위디스크에 올라오는 음란물은 평일 평균 하루 5100여건, 8500GB에 이르는 정도였다. (저작권문화발전연구소, 2014년 조사) 


앞서 말했다시피 양진호는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배포해서 여성의 인권을 짓밟고, 죽음에 이르게 만들면서 돈을 벌었다. 그리고 남성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국산 야동'이라고 부르면서 즐겼고, '신작'을 찾아다니며 '양진호 왕국' 건설에 힘을 보탰다. 전직 직원이 잡플래닛에 "불법 리벤지 포르노'를 거의 무료로 받을 수 있는게 회사의 장점이라고 써놓은 것을 보라. 또 남초 커뮤니티에 올라온 위디스크 관련 글들은 위디스크가 디지털성범죄 영상의 주요 공급처였다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위디스크에서 국산 자료 받으면 걸립니까? 국산 커플 셀카 같은거요.업로더만 처벌인가요?아니면 다운로더도 같이 처벌? (mlb park 15/09/10)


"국산 야동 위디스크로 단순 다운만 받는 건 상관없나요? 토렌트로 받으면 받는 동시에 유포자 되어서 문제 될 수 있다던데 위디스크는 괜찮나요? (slrclub 14/08/19)


"위디스크 옛날엔 국산 몰카 영상 엄청 올라왔었죠. 그 유명한 ㅇㅇㅇ영상 그리고 그 ㅇㅇㅇㅇㅇㅇㅇ영상부터 해서 그냥 한국 몰카, 리벤지 동영상이 판을 치던 곳이었죠.  (mlb park 18/10/31)" 


그러므로 이번 사건은 양진호 개인의 일탈로 축소되서는 안 된다.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소비하며 양진호 왕국의 벽돌을 쌓아준 남성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소비자가 무슨 죄냐고? 그건 당연히 일반적인 '소비행위'가 아니다. 범죄에 동조하며, 여성들의 삶을 짓밟는 것을 즐긴 일에 더 가깝다. 양진호의 힘은 남성들이 웹하드 회사의 불법에 아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동조하고 기뻐하면서 돈을 썼기에 유지될 수 있었다. 일반 기업은 '상품'을 팔았지만,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여성의 인권'을 고작 몇백원에 팔았기에 이를 소비한 이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위디스크 안썼어요" "'국산' 안 봤어요"라고 해서 넘어갈 이야기가 아니다. 속칭 '야동'을 다운받아 본 남성이라면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안 볼 수가 없는 구조에 살았다. 너무도 많았고, 너무나 접근하기 쉬웠다.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나를 포함한 남성들의 다수는 '몰카 문화'를 용인하고 조장했고 그속에서 위디스크도 커갔다. 


양진호는 웹하드 카르텔을 주도하는 '왕회장'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성범죄 영상에 대해 희화화하고 공유하는 것은 남성들의 온라인 주류 문화였다. 디씨나 일베같이 소위 '막장' 커뮤니티가 아닌, 엠팍이나 slr클럽 같은 경우에도 새로운 유출영상이 올라오면 피해자 여성의 얼굴과 몸매를 품평하고 '추천'을 했다. 심지어 '야동'을 보다가 자신의 전 여자친구를 봤다는 가사가 나오고, 떳떳하게 자신이 유출 영상을 보는 이유를 밝히는 작가도 있었다. 심지어 엠팍에는 자신의 아내와 유출 영상을 함께 봤다는 댓글도 달렸다. 대다수의 남성들은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분노하지 말고, 반성하라.' 이것이 남성들이 양진호 사건에서 지녀야 될 태도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슈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디지털 성범죄 영상 문제와 관련해 남성들은 그저 '속죄'해야 한다. 남성들은 20년 가까이 아무 죄의식 없이,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스스럼 없이 공유하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이제라도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았다면 과거를 반성함은 물론,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연대하며 함께 ‘갱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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