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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훈 Nov 17. 2018

그럼에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감동적인 이유

록의 시대, '경계에 선 인간' 프레디머큐리의 위대함을 전달하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서사는 많이 헐겁다. 프레디 머큐리조차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물며 다른 캐릭터들은 어떻고. 메리나 매니저 폴의 감정선은 불분명하고, 누가봐도 '실제로 저럴리 없는' 유치한 장면들도 많다. 


그것뿐인가. 전기영화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다. 사실과 다르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을 영화의 전개를 위해 너무 많이 끼워맞춘다. (이를테면 프레디 머큐리는 80년대에 다른 여성과 사귀었고, 에이즈 확진 판정은 87년도에 받았다). 또한 메리와의 이성애만을 '참사랑'처럼 그리는 구도도 불편했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을 제쳐놓고 이 영화를 굉장히 즐겁게 봤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록 음악이 가장 위대했던 시절, 여러모로 '퀴어'했던 청년이 불세출의 록 보컬로 성장하는 시간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공-역경-성공 스토리의 대중영화는 의외로 다른 '밴드'를 배경으로 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특이하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은 음악으로 20년을 멤버교체없이 버틴 밴드는 없으니까. 비틀즈도 고작 10년이었다. 



언젠가 한번쯤 록스타를 동경했던 사람이라면 저 모든 과정이 얼마나 짜릿한지 알 것이다. 데모 혹은 데뷔앨범을 내고, EMI와 계약을 하면서 메이저 데뷔를 하고, 제멋대로 음악을 냈는데 엄청난 히트를 치고, 전국을 넘어서 세계 투어를 다닌다. 이 모습이 록 음악 역사상 퍼포머로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프레디 머큐리에 결합되니, 멋진 장면이 나올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숱한 명곡들이 만들어지고 공연되는 과정은 곡을 아는 사람으로서는 뭔가 비밀을 안 것같은 느낌마저 준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나오는 live aid 공연 재현에선 정말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록 밴드 공연이 줄 수 있는 황홀감을 응축해놓은 그날의 공연을 영화를 통해 재현해서, 그의 목소리를 영화관에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했다. 2011년에 캐나다 몬트리얼 라이브를 영화관에서 볼 때도 감동적이긴 했지만, 확실히 프레디 머큐리의 성장-성공기를 본 뒤라 남다른 느낌이랄까. 아니면 오히려 죽은 그를 전성기의 모습으로 되살린 느낌이 들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사실 라미 말렉 너무 못생기게 분장해서 집중이 안됐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말 끝내줬다)


이 영화의 미덕은 '경계에 선 인간' 프레디머큐리가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는지, 퀸의 앨범과 공연이 얼마나 동시대 사람들에게 황홀한 경험이었는지 비교적 친절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더불어 '록의 시대'와 그 시대가 가지는 낭만적인 정취를 간접적으로라도 전달한 것이, 이 영화를 미워할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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