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이 나온 이후에 '탁 치니 억 하고'가 유행어처럼 쓰이는 모양이다. 2018년엔 도시어부가 자막으로 한 번 써서 비난을 받았는데, 올해 들어서 런닝맨 자막, 스브스뉴스 페이스북 바이럴, 무신사 광고까지 벌써 세 번이나 쓰여서 뭇매를 맞았다.
또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아이돌이 라디오방송에서 배우 김윤석의 성대모사를 한다며 '탁 치니 억 하고' 부분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 말을 왜 '농담'이나 '유머'로 쓰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더쿠'라는 커뮤니티에는 '이 말은 독재정권의 만행을 풍자하는 말이므로, 이말이 불편한 것은 전두환 조롱이 불편한 것'이라는 해괴망칙한 논리를 제시하는 글이 몇개 올라왔는데, 황당하게도 이글의 내용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먼저 이 말이 독재정권을 풍자하는 기능을 하려면 맥락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앞에 거론한 콘텐츠에서는 그냥 각운이 맞아서, '드립으로 쓸만해서' 쓴 수준에 불과하다. '탁 치니 억 하고'의 역사적 맥락은 삭제하고, 단지 웃음을 주기 위해 저 말을 사용한 것이다.
이 말은 농담과 개그의 소재가 되면 안 되는가? 안 된다. '탁 치니 억 하고'라는 말은 독재정권의 허위와 모순을 보여주는 말 이전에 '고문당해 죽은 박종철'을 묘사한 것이다. 이미지 상으로 전두환이 아닌 박종철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말이다. '탁 치니 억 하고'를 그들에게 되돌려 줄 때는 분노나 슬픔이 담긴 언어여야 한다.
결정적으로 지금 전두환 정권을 우리가 조롱하고 풍자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민주화세력이 정부를 운영하고, 그때 박종철-이한열과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이들이 여당의 실세가 되었다. 풍자를 통해 빙 돌려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고, 그냥 전두환을 아주 편하게 욕하면 된다. '탁 치니 억 하고'는 지금에 와서 풍자나 조롱의 기능으로 쓰일 가능성마저 완전히 상실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굳이 왜 지키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탁 치니 억 하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분노나 허탈감을 어떤 이들은 이해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말을 '어딘가 재미있어 보여서'라는 이유로 계속 말장난의 소재로 쓰는 것을 내버려둘 순 없다. 이 사안에서는 '왜 불편하고', '왜 쓰면 안되는지'에 대해 계속 설명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