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서류를 작성하며 2.
이토록 간단했던 퇴직
6개월 휴직 후 퇴사라 그런지, 내가 언제 직장인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회사에 나가지 않는 생활이 이미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퇴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절차가 있기에, 오랜만에 회사 인사 담당자와 연락을 했다. 휴직 전부터 복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해두었던 터라, 퇴직을 이제 와서 만류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끝내주게 일을 잘했거나 회사 내에서의 입지가 뛰어나게 좋았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간접적으로나마 밝혀진 것 같아 약간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무려 15년의 청춘을 바친 곳이건만... 이 이중적인 인간의 마음이여.
인사담당자는, 굳이 회사에 나오지 않고 인터넷으로 퇴직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조처를 해주었고, 아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싶은 심정으로 사이트에 접속했다. 평소라면 활성화되지 않았을 '퇴직신청' 메뉴에 접근이 되던 순간.
처음 들어가본 퇴직신청 메뉴너무나 간단한 신청 절차에 놀라고 말았다. 퇴직 희망일을 입력하고, 퇴직 사유를 고르고, 기타 필요한 사항을 적을 것. '퇴직면담서' 작성란도 있었는데, 퇴직하는 이유와 퇴직 후 진로에 대해 적게 되어있었으나, 아주 간단하게 적어도 무방했다. 퇴직금 수령을 위한 통장 사본을 첨부하면 완료. 이토록 퇴직이 간단했던가.
오전에 작성하고, 그다음 날 오전에 확인했더니, 이미 결재가 완료되어 있었다. 아직 퇴직일은 한 달 후인데, 이미 모든 것이 종료된 씁쓸한 기분이란.
진진이 섭식장애 치료와 모든 가족의 심신 안정을 위하여 선택한 퇴직이지만, 사직서를 제출하는 이 순간만큼은 매우 다양한 생각이 교차하는구나. 나의 20여 년 사회생활이여, 이제 정말 안녕. 그리고 다가오는 내 인생 2막이여!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