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준비 돌입 후 의식의 흐름

극 J성향의 퇴직 준비

by 소담

아이의 건강 때문에 퇴직하기로 결심하고 휴직에 들어갔을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두 가지였다.


1. 20년간 해온 경제활동을 멈춰도 될까?

2. 남아도는 시간은 어떻게 할까?


20년간 내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은 규모가 크던 작던간에 쉼이 없었고, 오랜 맞벌이 생활에 익숙해 있던 우리 가계에 나 한 사람의 월급이 뚝 끊기면 어떤 일이 생길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매달 남편에게 생활비를 타 써야 하는 상황의 낯섦과 불안함이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괴롭혔다.


'소담아! 20년간 돈 벌었잖아! 덕분에 차도 사고 집도 샀잖아! 심지어 한쪽 월급은 아직 건재하잖아'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불안한 내 마음을 달래곤 했다.


마침 지역 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노후 준비하기' 강좌가 있어, 큰 기대 없이 수강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다.


강사가 말하는 핵심은,


1. 남은 인생은 길다

2. 준비하는 자만이 긴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였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건강 관리'와 '여가 관리'였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건강을 잃으면 '평범'은커녕 '불행'한 시간만 남을 것이고, 언젠가 닥칠 은퇴를 위해 취미 활동 혹은 제2의 소소한 직장에 대해 준비하지 않으면 무료한 시간의 연속일 것이란 것. 나 같은 경우는 주 수입원이 끊기지 않으므로, 안심하고 내 건강관리, 여가관리에 집중하면 된다는 결론이 났다. 다만, 맞벌이 가정 경제에서 외벌이 살림으로 재정립할 필요성을 깨닫고, 저축 및 보험 등을 재설계하게 되었다. 장기 저축은 살리고 단기 저축은 규모를 줄였으며, 불필요한 보험은 정리하고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실제 퇴직하게 되면 관련 기관과 상담하기로 했다.


경제 활동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이 왔지만, 내 마음은 계속 제2의 직장 혹은 소일거리로 관심이 갔다. "알*몬" 앱을 설치하여 수시로 어떤 일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심지어 육아도우미 앱에도 가입해서 여러 가지 서치를 하곤 했다. 대기업 20년 경력자에게도, '소일거리'의 범위는 매우 좁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남아도는 시간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직장 다니면서 시간 때문에 못하던 취미생활이 뭐가 있었는지, 내가 계속 좋아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지 곰곰이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쓰고 읽는 것을 원래 좋아했고, 소질은 없으나 무엇이든 그리고 싶었다. 회사에 다닐 때도 직장인을 위한 미술 클래스를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마다 다니곤 했던 터였다. 독서토론 및 글쓰기 수업에 등록을 하고, 근처 대학교의 평생대학원에 민화 수업 신청을 했다. 정신 수양을 위해 문화센터 붓글씨 강좌도 참여ᆢ기로 했다.


이렇게 지내길 6개월. 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채색에 흥미가 있고, 디렉션이 명확한 작품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붓글씨에는 힘이 있고, 성실함과 끈기는 내 큰 무기란 것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분야의 독서는 일상의 힘이 되어줬고, 소소한 주제의 글쓰기를 통해 큰 만족을 얻을수 있었다.


엄하게 '알*몬' 등 취업 포탈을 통한 직업이 아닌, 내 취미생활을 살려 5-10년 후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노력 중이다. 지금 가꾸는 내 시간을 토대로, 언젠가 '작가님'이라고 불릴 수 있도록. 매월 들어오는 월급 생활자의 삶 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되뇌며.

작업중인 연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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