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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딩 맘의 평범한(?) 방학생활

이런 소재로 글 쓰게 될 줄이야...

by 소담

나의 마지막 방학이 언제였던가... 근 20여 년 전, 대학교 마지막 여름방학, 졸업 전에 취업에 성공하겠다며 치열하게 원서내고 면접 준비하던 그 시절... 좀 더 방학다운 방학은 언제였나. 거기서 2~3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 한창 유행이던 배낭여행 문화에 합류해 젊음이란 무모한 패기로 유럽 대륙을 종횡단 했던 그때. "방학"은 나에게 재충전이었고, 전환점이었다.


취업 후, 회사는 왜 방학이 없냐며, 짧디 짧은 여름휴가를 쪼개어 쓰기를 스무 해 보내고, 퇴사한 후 맞은 "방학"은 내 방학이 아닌 우리 딸 방학.


중학생이 아이를 본격 매니징하며, 이 두 달이 내가 아닌 아이의 재충전과 전환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8시 전후 아침 식사로 시작하여 시간 맞춰 점심, 저녁 다양하게 먹이는 것부터, 주 몇 회의 운동과 매일의 다른 학원, 학원에 딸린 숙제. 이 빡빡한 스케줄을 무리 없이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 이리도 요했단 말인가... 퇴사하지 않았으면 이 중딩이는 스마트폰에 푹 빠져 살았을 거라는 확신이 들면서, 지금 희생(?)하는 내 시간이 참으로 값지게 느껴진다.


이 즈음에서 회의가 든다.


성공한 워킹맘을 자처하며 부모님 도움으로 아이를 잘 키웠다고 자신해 왔건만, 결국은 '드디어 집에 혼자 있을 수 있는' 사춘기 아이에게도 엄마 손이 가장 필요한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여자가 아이를 낳아 일을 병행하는 시스템은 베스트 초이스는 아니란 말이고, 여러 차선책을 활용해 JOB을 유지하는 많은 엄마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 줄 자신이 없다. 물론 엄마가 뭘 하든 혼자 척척 모든 걸 다 해내고 성격까지 좋은 아이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 비율은 높진 않을 것 같고. 라밸 좋은 남편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가담하더라도, 맞벌이 자체에 의구심이 들고마는...


온 집안이 정성을 다해 갈아 키운 아이가 사춘기를 맞아 방황하게 되니, 많은것이 변하고 마는 이 상황. 나만 이런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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