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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Jan 30. 2024

우리 가정에 은총을..

2018년 5월의 기록

블로그에서 우연히 발견한 수년 전 내 글.


가톨릭 신자들이 존경하고 사랑하고 의지하는 성모 마리아 님.(종종 개신교 신자들에게 비난을 받곤 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성모님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사실 "사랑"이자 "존경"일 뿐, 신으로서의 믿음은 아니다. 잘못된 오해로 타 종교를 비판하는 것은 그만했으면... )


성모님을 위한 기도인 성모송의 시작은 이렇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5월 성모성월을 맞아, 성모님의 생애와 성가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루카복음 첫 부분에 성모님에 대한 언급이 많다고 해서 찾아 읽어보기도 하였다.

나자렛 지방의 요셉이라는 청년과 약혼한 마리아라는 처녀에게 가브리엘 천사가 어느 날 나타나 말씀하신다. 너는 성령으로 잉태하여 귀중한 아드님을 낳을 것이고 그의 이름은 예수로 하라고. 그분은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 옛날,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혼전임신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 그럼에도 마리아께서는 뜻대로 하소서..라고 하신다.
두려움과 망설임과 걱정이 있으셨겠지, 그럼에도, "저는 주님의 종"이라고 받아들이신다.


약혼자 요셉은 어땠을까. 자신의 아이도 아닌 아이를 혼인도 하기 전에 임신한 약혼녀를
불평 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태어날 아이의 예견된 고통과 수난을 이 가족은 모두 온전하게 경건히 받아들이고. 겪어내고 비로소 우리 그리스도인이 본받아야 할 성가정의 본보기가 되어 주었다.

우리 가정의 모습을 돌아본다.


모래알 같이 무수히 남은,
혹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나와 내 가족들의 나날들에
고통. 피폐. 상처. 아픔들이 닥치고 말더라도,
가슴이 땅바닥까지 무너지고 마는 순간이 또다시 찾아오더라도,
짚고 다시 일어나서
숨 쉬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결국 인내하고 극복해 내어
더욱 단단해질 수 있길.

누군가 나를, 그리고 내 가족을
마지막 순간에 뒤에서 바라볼 때,
저 사람들은, 혹은 저 가족은,
아픔 한번 없이 무난히 살고 있는
축복받은 삶을 선물 받았다,, 가 아니라,
여느 이들처럼. 여느 가족처럼.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참기 어려운 고통들도 다 경험했지만
결국은 이겨내고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말하게 될 수 있길.

성모님이 두려움 속에서도
온전히 자신을 내려놓으시고,
결국 "가득한 은총"을 받으신 것처럼,
하느님이 주시는 "공짜 선물"인 은총을
두 팔 벌려 마음껏 받을 수 있는,
축복받은 가정이 되길 기도합니다.



마치 예언한 것처럼 몇년사이 우리 가정에 고통과 아픔들이 닥쳤었네. 사랑스러운 아이의 사춘기와 섭식장애로 온가족이 투쟁 중이다. 그렇지만 결국 인내하고 극복하려 노력중이다. 그 때도,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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