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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Feb 23. 2024

내가 꿈꾸는 유럽 여행

과거를 회상하며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보니, 해외여행 계획하는 일이 남의 집 일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학교와 학원 스케줄은 1~2박 짧은 여행이 아니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직 섭식장애에서 완치되지 못한 진진이가 여행을 좀 꺼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길었던 코로나 시절이 종료되어 너도나도 미뤘던 여행을 계획하는데, 우리 집만 아무런 계획도 안 하는 기분이 들어 좀 씁쓸해진다.


최근에 유럽 여행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생겨, 나도 예전 유럽 여행 일기를 꺼내 읽으며 추억 놀이에 빠져들게 되었다. 혼자 다녀온 20대의 한 달 배낭여행부터 시작해 진진이 초등학교 1학년때 함께한 동유럽 가족 여행과, 3학년에 나와 둘만 떠난 모녀 프랑스 여행까지... 너무 좋았던 기억들.


만약에 나도 유럽엘 다시 간다면...으로 시작되는 생각의 꼬리물기가 시작되었다.




진진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나 혼자 떠나고 싶은 곳은, 프랑스 파리. 에펠탑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아파트 혼자 빌려, 일주일만 머물고 싶다. 매일 오르세와 루브르 도장 찍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여유 있는 시간 보내고 싶다. 배낭과 운동화 말고, 또각 구두 신고 가죽치마 입고서, 빨간 립스틱 바른채 샹젤리제 거리에서 쇼핑해야지

오르세 시계탑에서

남편이랑 둘이서  다시 가고픈 곳은 체코 프라하. 지난번 묵었던 올드타운 아파트 다시 빌려, 그때는 마음껏 맥주 마셔야지. 꼬부랑 빵 뜨레들로 매일 길가에서 먹으며, 우리 진진이랑 여기 와봤고 저기도 가봤다며 추억놀이 해야지.

카를교의 밤


그때까지 엄마 아빠 건강이 허락한다면, 스위스의 한 작은 마을, 코지한 집 빌려, 소소한 시간 보내고 다. 어느 유적지, 어느 박물관을 가보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공기 마시며 엄마아빠랑 같이 걷고 사진 찍고 맛있는 거 사 먹으며 시간 보내고 싶다. 나는 8살, 엄마 아빠는 30대였던 그 시절로 돌아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거닐것이다. 9살 우리 언니도 초대할수 있다면 참 좋겠다.

흔한 스위스 어느 마을

대학생이 된 우리 딸과는 프랑스 니스에 가보고 싶네. 우리 이쁜이, 수영복 입고 인스타 사진 찍는 거 흐뭇하게 지켜봐야지. 샤갈과 마티스 뮤지엄도 다시 가서, 그 따뜻한 공기 느껴볼 것이다. 그러다가 밤 기차로 베니스에 훌쩍 넘어가서, 골목길에서 가면 써보며 까르르 까르르 해야지. 가족들 선물 고르며, 할머니에겐 이 색이 어울리고, 할아버지에겐 이 색이 어울릴 거라고 신중하게 들었다 놨다 하겠지.

짧은 상상만으로도 내 마음은 이미 부자가 된듯 하다. 유럽은, 나에겐 그저 생각만으로도 들뜨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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