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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Mar 07. 2024

집중과 도피의 경계

40대 중년 여성의 마음 다스리기

신학기를 맞아 긴장 상태인 중2 소녀를 보고 있자니, 그녀가 겪는 마음의 풍파가 내 것인 양 여겨지고 만다. '네 마음은 네 것, 내 마음은 내 것'으로 칼같이 구분하는 쿨한 엄마와는 달리, 내 마음은  아이의 감정을 흡수해 버린다.  과정에서 생겨난 엄마의 불안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데, 이런 악순환이 어디 있냔 말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연초부터 쏟아지는 업무들로 고군분투하는 남편의  힘듦마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가 짊어져야 할 가족의 걱정과 근심이 너무 무겁다.


생활을 충실히 살며 불필요한 감정들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취미활동과 운동시간을 늘리고 방학 내 미뤄놨던 약속도 잡으면서 아이 개학 후 프리해진 내 캘린더를 알차게 채워 넣고 있자니, 아니, 이건 너무 나를 채찍질게 아닌가.


잠시 멈추었다.


피로에 절은 사람들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그들은 무언가를 쉴 새 없이 하는 사람들이다 휴식과 침묵, 사랑이 내면으로 파고들 여지가 없는 사람들이다. 피로에 절은 사람들은 장사를 하고, 집을 짓고, 경력을 쌓는다. 피로를 피하기 위해 그런 일들을 하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피로에 빠진다. 그들의 시간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일을 더 많이 할수록 점점 더 적게 하는 꼴이 된다. 그들의 삶에는 삶이 부족하다. 자신과 자신 사이에 유리벽이 존재한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유리벽을 따라 걷는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 중




나는 삶은 과연 부족한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일을 하면 할수록 피로에 빠지고 있는 것이 지.


가족의 걱정은 조용히 들어주고, 잔잔히 내 생활에 집중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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