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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Feb 16. 2024

타인의 자랑까지도 경청하는 할머니

친정 엄마의 착한 오지랖

우리 엄마는 진진이와 땅콩이 피셜 "동네 인싸" 할머니이다. 점심 식사 및 커피 초대가 요일별로 끊이질 않으신다. 성당 미사나 소모임 후, 혹은 각종 문화센터 클래스 후, 바로 집으로 오시는 법이 없다.


다양한 나잇대, 다채로운 취미군의 친구분들과 만나시다 보니, 수다의 테마도 각양각색인 듯하다. 엄마는 모임에서 나온 얘기들을 만날 때마다 공유해 주시는데, 듣고 있자면 한 번씩 한숨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 주위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엄친아, 엄친딸들이 있었다. **동 누구 아줌마네 딸이 어찌어찌 공부해서 어느 대학 갔다더라는 평범한(?) 이야기부터, **동 누구 아줌마 아들은 어찌어찌해서 **고시에 합격한 며느리를 얻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 아줌마는 손녀딸이 ** 시험에 통과하게 되었다 까지... 몇 집안의 대대손손 성공 스토리덕에 내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더 나아가, 요즈음은 누구 씨는 주식투자에 성공해 1년에 얼마를 벌었다더라부터, 누구네 부부는 몇박 몇일로 크루즈 여행을 떠나 드레스 파티를 한다더라, 거기에 누구씨는 남편이 돌아가셔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상속을 진행하는데 어찌어찌 되고 있다는 내용까지. 내 귀에는 자랑에 불과한 각종 소식 점점 다양하게 전해진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나보다 혹은 우리 가족들보다 뛰어나게 잘된 케이스는 아니더라도, 단편적인 것만 들으면 "쉽게 성공한" 이야기들이거나 내가 우리 부모님께 못 해 드리는 것들이라서 내 마음에 부화가 치미는 걸지도 모르겠다. 저런 남들 자랑을 고개 끄덕이며 듣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니 좀 짜증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한 번씩, 남들 얘기 듣기 싫다고 나는 툴툴대고 만다.


사실 엄마의 인싸력은 타고난 인성인 '선함''관심'에서 나오는 것일텐데.  나에게 내용을 재구성할 때도, 엄마는 "부러워 죽겠다"가 아니라, "저렇게 잘 되어 베풀기도 많이 한다", 혹은 "사람이 여유가 있으니 마음도 넓어서 좋다"로 늘 훈훈하게 마무리하시기에, 베알이 꼬이는 것은 내 탓임이 분명하다. 엄마의 저런 순수함이 나에게는 한참은 부족한 소양임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이 삐쭉빼쭉 해 지는 것을 나도 못 말리겠다.




한편으로, 요즘 시대에 누가 자기 자랑을 질투심이나 부러움 없이 저렇게 잘 끄덕여 주겠냔 말이다. 그러니,  이 고독한 세상에서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은 늘 곁에 두고 싶은 친구가 아니겠는가.


우리 엄마를 불러주시고 챙겨주시는 많은 친구분들이 엄마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시길. 우리 엄마는 가정 내 경사도 쉽사리 자랑하시는 분이 아니시기에, 혹여 엄마 얼굴에 그늘이 보이면, 댁에 무슨 일 있냐고, 다정한 질문을 건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엄마의 순수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디 사라지지 않고 지금보다 더 활활 타올라 주위를 환하게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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