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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Jun 29. 2021

호주는 또 락다운(lock down)이 시작되었다.

다시 고개 든  코로나 블루

오늘 (29일) 오후 6시부터 호주 내 내가 사는 지역의 락다운(lock down)이 다시 시행된다.

어제 근처 동네에 딱 한 명 확진자 발생에 일하다 말고 마스크 쓰라고 제너럴 매니저가 마스크 들고 돌아다니더니 오늘 그로 인해 3명 더 확진자가 더 생겨서 지역 전체를 3일 동안 락다운 한다고 공표했단다.  


이 소식은 들은 한국에 있는 친구 왈.

3명? 귀엽네.


모든 음식점들은 포장음식 외에는 dine-in으로 운영을 할 수 없으며 essential  activity 제외한 모든 외출이 제한되게 된다. 일하는 호텔에서 이번 락다운으로 인해 이번 주 로스터(roster)가 바뀔 거라고 안내 문자가 왔다. 이번 기회에 며칠 좀 더 쉬었으면 했는데 나는 그냥 소처럼 일할 운명인지 전혀 미동이 없네… (나름 essential worker에 속하나 보다.)

장을 보다가 몇 개 더 집어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호주에서도 휴가지에 속하는 내가 지내는 동네에서 도시로 향하는 도로는 이미 마음 급한 귀향객들로 막히기 시작했다.


락다운 전에 휴가지에서 서둘러 귀가하는 차량행렬.


호주 안에서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일상이나 다름없는 생활이었는데 가끔 한두 명의 케이스에도 망설임 없이 락다운을 막 때려 버리는 이것이 이 나라가 코로나로부터 호주를 지키는 방법이다.

남한도 아니고 한반도의 35배 이상이 되는 면적에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인 2,550만 정도이니 인구밀도도 한국처럼 높지 않아서 지방은 물론이고 큰 도시라도 사람이 몰리는 곳이 큰 쇼핑몰이나 음식점이 몰려있는 동네 등으로 제한적인 편이라 이렇게 단 며칠이라도 락다운을 시행하면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편이긴 하다. 그리고 워낙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한국사람들에 비해 많은 문화고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사람들은 집으로 초대하는 것에 익숙해서 집안에 맥주와 와인, 그 외 먹거리만 충분하면 크게 불편해하지도 않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나같이 친구가 별로 없어 그나마 도시로 가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사람들이나 불편하지.


곳곳에서 락다운을 알리고 있다.


원래 나는 학교 졸업식이 있는 올 2월 한국을 다녀올 계획이었다. 물론 외국 대학교 학위를 받는 딸내미 졸업식을 참관하셨어야 하는 가족들과 함께. 결론적으로 나는 졸업기념 한국 방문은커녕, 호주가 일찌감치 보더를 막는 바람에 개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교를 졸업하면서도 가족들 없는 외톨이 졸업식을 해야 했다. (그래도 유일한 친구가 오프 내고 와줘서 그나마 꽃다발과 사진이라도 남길 수 있었다.)

어쨌든 이 나라의 강력한 제재 때문인지 이 안에서 만큼은 큰 이슈가 없이 지내는 시간이 지속되어 백신도 나왔겠다 이렇게 마무리되나 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그림을 조심스럽게 그려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나의 희망을 가차 없이 짓밟아 버리네…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하듯이 나의 계획, 너의 계획, 우리의 계획을 모두 망친 코로나가 내 인생도 망치려고 한다. 왜 방향이 그리고 가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긴급 사항들이 발표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각자의 가족들로부터 안위를 염려하고 귀가를 권고하는 연락들을 받는데 나의 전화기만 쥐 죽은 듯, 고장 난 듯이 고요하고 '나는 왜 가족이 있는 내 나라에 돌아갈 수 없으며 왜 무엇 때문에 모국에서 다시 지내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하찮고 한심한 존재에 다다르게 되는 건 시간문제 이거든.


그러하다. 그래서 차라리 일이라도 하는 나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자국민들 보호한답시고 (정작 웬만한 호주인들보다 일 더 많이 하는 내가 꼬박꼬박 낸 세금으로) 펑펑 지원금 퍼주면서 집에 가둬두면 나 같은 보호 사각지대의 임시비자 소지자들이 총알받이 하듯 나가서 일하는 그런 일일 지라도…


나는 언제쯤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으려나… 과연 한국을 가면 지금 보다 나는 더 따뜻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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