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코로나 백신 맞기
일요일 오후여서라고 하기에도 심하게 거리가 텅텅 비어있는 이유는 어제부터 다시 호주 브리즈번의 락다운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30일) 오후 6시 이후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는데 브리즈번에 튜터에게서 코로나를 이어받은 고등학생과 그의 가족들이 확진을 받으면서 마스크에서 해방된 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다시 토요일(31일) 오후 4시부로 3일 동안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이번은 3일에서 끝나지 않을 거란 대부분의 예상이다. 확진받은 고등학생과 동생들이 학생 수가 많은 학교 소속인 데다가 동생들은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호주 학생들은 주로 방과 후 사교육들을 다니기 때문에 이래저래 영향을 받은 곳들이 많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학교는 봉쇄되었고 소독에 들어갔지만 이미 9명이 추가로 확진이 된 상태이다.
이 와중에 나는 코로나 백신 이차 접종을 마쳤다.(그 어느 나라보다 철저한 근무시간을 지키는 호주에서 일요일에도 접종을 시행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 시국에 이 나라에서 외국인으로서 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정부의 도움이었다. 이 마저도 나이로 인해 화이자 백신을 받은 것인데 외국인에게 화이자 줬다고 항의하는 백발노인들도 있었더랬지. 한국은 너무나 가고 싶지만 당장 한국을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여기 보더 (border)가 열리면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기 위한 차원에서 백신을 맞았다.
외국인도 모두 무료로 맞을 수 있는 백신은 정부 홈페이지에 가서 신청할 수 있으며 병원이나 격리 호텔 근무자들, age care 근무자들이나 그들과 같이 거주하는 사람들은 우선순위로 맞을 수 있다. 우선순위에 속하는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화이자, 그 외는 나이에 따라서 60세 이상은 아스트라제네카, 60세 이하는 화이자를 맞는다.
병원 근처에 다다르면 눈에 띄기 시작하는 파란 표지판을 따라 병원으로 가서
예약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 안내를 받아 주사실 -> 주사 맞은 후 15분간 회복실-> check out 수순으로 진행된다.
1차 때는 대기자들이 많아서 약 15~20분 정도 기다렸는데 2차 때는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내 앞에 한 명 있어서 기다림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난번 락다운 때는 걷잡을 수 없는 우울감이 밀려들어와 맑은 하늘을 보면서도 답답한 가슴을 쥐어뜯어야 했는데 이번 락다운은 지난주 응급실 다녀온 여파로 (부러워하지 마, 공기 좋은 감옥일 뿐이야. 참조) 이미 기분이 바닥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별 감흥도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그 와중에 내가 있는 지역에 한인 자동차 정비소 사장님의 비보를 들었다. 나도 몇 번 방문하여 정비를 받곤 해서 안면이 있는 사장님이셨고 나이도 30대 초반에 친절하고 실력 있는 분이라 자동차에 문외한인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신 분이었는데 안타깝게 되셨다고 한다. 내가 알고 지내는 한국인들이 별로 없어서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사고사였다면 지역 뉴스나 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었을 텐데 전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니 다른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인 전해준 분의 의견.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꽃다운 청춘의 생의 마감은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오늘도 쉽게 잠들기는 글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