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호텔에서 일하면서 저지른, 돌이키고 싶지 않은 나의 실수.
이 주제를 쓸까 말까 고민 많이 했다. 쓰고 있는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시에는 다 두고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들을 굳이 끄집어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려고 하다니…
그럼에도 노트북을 닫지 않는 이유는, 나는 사람 사는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니깐... 애초에 뭐 대단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고 '이렇게도 산다'는 것을 나누고 싶었던 사람이니까.
그래서 이런 실수들을 하고도 잘리지 않고 회사에서 연명하고 있다는 것을 쓰는 것도 나의 글목록이 추구하는 삶의 다양성에 일조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또 말해 놓고 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어 (응, 나의 희망사항).
한국을 떠난 지 대략 8년 정도가 지났고 호텔이 나의 외국 생활 코찔찔이의 시작이었으니 일을 하면서 영어를 잘 못 알아 들었다던가, 주문을 잘못 넣었다던가 하는 일들은 일찍이 진작에 심심찮게 경험을 해서 이제 그런 실수들은 나열하기에도 너무 시시콜콜하다고 느낄 만큼 가물가물 해졌다.
가장 초반에 저지른 일로 예를 들자면,
두 분이 식사를 하러 왔는데 한 분이 메뉴판을 보지 않고 앉으시며 바로 주문을 한 것을 못 알아듣고 드링크 주문만 알아듣고는 다른 한 분의 주문만 넣은 적이 있었다. 영어도 영어지만 저녁이라 하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어서 두 분이 나눠 드시려나 보다 하고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더블 체크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시간이 흐른 뒤, 주문이 들어간 한 분의 요리만 나오고 "맛있게 드십시오." 하고 떠나려는 나를 다른 한 분이 '내 거는?'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길래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하고 물어봤다가 '지금 뭐 하자는 거?' 라는 반응에 나의 실수를 직감하고 이실직고를 하고 수습을 했던 적이 있었다.
수습은, 고객의 오붓한 식사를 망친 나의 불찰로 내가 빼먹은 주문에 대한 금액은 차감해서 계산하는 것으로...
(내 급여에서 까이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도 했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이런 실수들은 영어 울렁증이 채 가시기 전의 일들이었고 요즘에는 이렇게 손님이 노여워한 후 상황 파악을 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내 선에서 티 안 나게 수습이 가능한 정도의 일들로만 벌어지곤 하는데 최근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일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아침 근무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음식 세팅을 하기 위한 물이 필요하던 중 키친에 왔다 갔다 하기 귀찮아서 레스토랑 안 손님용 커피 섹션에 있는 싱크대에서 바켓을 두고 꼭지를 틀어두고 물을 받는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했다.
꼭지를 틀어두고... 다른 일…. 그랬다. 다른 일을 너무 했지. 그래서 잊어버렸다. 차오르다 못해 넘치고 있는 바켓을…
출근한 레스토랑 슈퍼바이저가 지금 레스토랑 물바다 됐다고 이거 누구냐고 쌍욕을 하면서 뛰어다니길래 알았다.
“ 헐… 나야… 그거..”
후다닥 가보니까 카펫도 다 젖었고 커피 머신이고 바닥이고 다 흥건해져서 첨벙첨벙 소리가 날 정도였다.
레스토랑 오픈 30분 전에…
다행히 되게 바쁜 날이 아니었고 같이 일하는 분이 청소하는 걸 도와주실 여유가 있는 상황이어서 젖은 카펫을 제외하고는 오픈 전에 다 정리할 수 있었고 더 다행인 건 그냥 깨끗한 물이었기 때문에 마르고 나니 그때의 그 절망 적였던 흔적은 없어졌다.
그리고 몇 달 후, 한 팀 리더가 휴대용 램프를 완전히 전소시키지 않고 쓰레기통에 넣은 바람에 이벤트 룸이 불이 나서 소방차가 오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커튼과 바닥 일부가 다 타서 실질적인 손해를 막대하게 입은 사고였다. (그 불바다 낸 분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하하 호호하며 여전히 잘 다니고 있다. )
이 얘기를 듣고 나와 물청소 같이 해준 분이 말씀해 주셨다.
“00야, 너는 물바다여서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