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앤지 Nov 11. 2021

이제는 '안녕' 좀 그만할 때.

'Asian lady’


일을 할 때에는 내 이름을 모르는 손님들이 나를 묘사할 때 (회사에서 몇 없는 아시안 중에서) 단번에 나를 설명하는 단어로 자주 이용이 되었고, 아시아 문화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이들 틈에서 있다 보면 뭔가를 잘하면 잘하는 데로, 못하면 못하는 데로 지구인 중에 한 인격체라기보다 '아시안', 좀 더 세분화되면 '한국인'의 특징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Pub)을 가거나 산책을 간다거나 하다못해 신호등을 기다릴 때도 와서 어쭙잖은 한중일 언어 중 랜덤으로 말을 거는 사람들이 아직도 심심치 않게 있다. 아니 외국 유학생들 아니면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대학교들이 수두룩하고, 관광객의 유입이 끊겨 도시가 위태로워질 만큼 외국인들에게 적지 않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곳의 사람들이 이제는 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머리 검고 눈 까만 사람에게 뭐가 그렇게 궁금하게 많은지...


한국을 떠나옴으로 본의 아니게 우리나라를, 아시아를 알리는 도구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니 오히려 한국에서 보다 더 제약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기존의 내 틀에서 벗어나 막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도 가지고 떠나왔던 것 같은데 8년이 지난 지금은 "아시안이라서 그래." 말속에 현지인들이 지정해 놓은 이미지들로 나를 평가질 하는 것도, 그렇게 나를 이해하려 시도하는 것도 너무 불편해져 평소의 나의 행동, 말투, 표정, 걸음걸이까지 꽤 신경 쓰던 시기도 있었다.


요즘에는 아시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나라에서 태어나 국적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까지도 그 나라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워낙에 외국인들의 이동 역시 흔해졌기 때문에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걸 묻는 것 자체도 굉장히 조심스러워지고 있는 분위기임에도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되게 자상한 현지인 인양 와서 출신 국가를 묻고 또 십수 년 전에 가본 한국에 대해 늘어놓으며 뭐 또 되게 한국에 대해 아는 양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글쎄...


한편으로 내가 유난스러운 '불편러' 자처하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솔직히 나를 한국인의 입장으로 봐주는  우리가  친해졌을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한국인임이 싫다거나 숨기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형적인 ‘외국 나오면 애국자 케이스) 아직 내가 한국에서 살아온 날이 외국에서 살고 있는  보다 많다고는 해도,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학교를 나오고 경력을 쌓으며 살아보겠다고 나름 노력하고 있는 나를 변방의 '아시아 국가에서  외국인 여자애' 국한 짓지 말고 지금은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서 사회생활하고 있는 사람으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뉴스가 궁금하인터넷을 찾아보라지. 나보다  자세히  설명해줄 테니까)



'나'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우선시되기 전에 아시안으로, 한국인으로서의 흥미로 관계가 시작되는 건 이제는 더 이상 반갑지가 않다는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한국이라 3년 이상을 못 간 나도 적응 시간이 필요할 정도일 텐데 십수 년 전에 간 한국을 마치 지금의 한국 인양 풀어놓는 얘기를 갈 길이 바쁜 와중에 처음 본 사람과 굳이 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말인데 무턱대고 와서 "안녕하세요." 나 " 곤니찌와." 라던가 "쎼쎼."라고 말 거는 사람들이 너무 싫다. 고작 몇 가지 흔해 빠진 단어들을 나열하면 그동안의 아시안들은 꽤나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반응을 보이니 그렇게 하면 퍽이나 인터내셔널한 유머를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고 생각하나 보지?  그래 뭐 나도 맨 처음에 왔을 때는 '한국이 많이 알려지긴 했구나.' 라며 '옛다, 관심'해 준 적도 있었으니까...

근데 이제는 그 정도 가지고 껄떡대기에는 가만히 있는 게 나을 만큼 외국에서 느끼는 한국의 위상이 남달라 지기도 했고, 그 어쭙잖은 한마디가 나든, 나의 배경이든 유익한 관심도, 발전적인 흥미도 아닌 그저 그들의 '시답지 않은 유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너무 알아버렸다.


그러니 그만했으면 좋겠다.

가볍고 충동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뒤처진 글로벌 매너에 대해서 일장연설로 일일이 대응할 가치도 없기 때문에(그 정도의 지식은 나도 없고) 이제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그냥 가벼운 썩소, 딱 그 정도 만이다. 더 이상 나는 그런 것에 어떠한 감흥이 없다는 정도의 표정, 너의 그런 가벼운 발상이 이제는 모두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정도.  

너의 수준이 딱 그만큼이다.


오늘 일하는데 한 손님이 와서 대뜸 말했다.


아리가또 for you.


아니, 이건 또 뭐야. 일본어를 할 거면 제대로 하던가. 아리가또 하고 for you는 뭐람.

신박한 조화였다. 굉장히 달갑지 않았지만...


오늘 조식 서비스 중에 특별히 인사를 나눈 것도 아니고 내가 무슨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본인 식사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가는 길에 와서 자기가 꽤나 외국인을 존중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나 보다. 심지어 손을 합장하고 고개까지 어설프게 숙이면서 그러더라고.

지금 이 나라가 외국인들의 입국을 막은 지 2년이 다 돼가고 있음에도 나를 외모로만 판단하고 와서 얄팍한 글로벌 매너를 뽐냈다. 게다가 내가 일본인인지 한국인인 줄도 모르면서 본인의 얕은 경험으로 내가 일본인이란 확신에 차서는 다짜고짜 와서 그랬다. 아니면 일본 말밖에 모르거나.


순간 '뭘들은 거지?' 하는 사이에 내 리액션이 좀 더뎌지기도 했고 다짜고짜 한국어로 해도 딱히 반갑지 않은 입장에서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언어에 불쾌함이 먼저 느껴져서 그냥 못 알아듣는 척을 했다.


결국 그 손님은 사과는 하지 않았지만 다시 영어로 말하고 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주, 맑은 공기 이외의 무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