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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May 22. 2023

호주 영주권을 받는다.(심리편)

호주 영주권을 위한 여정을 마치며...


'호주는 평생 오지 않아도 되겠다.'


2년의 워킹홀리데이를 꽉꽉 채우고 호주를 떠나면서 한 생각이었다. 한국이었다면 하지 못했을 법한 다양한 경험들을 호주에서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 '이제 뭐 또, 굳이…'라는 마음으로 남은 내 삶은 호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으로 채우는데 나와 동의했었다.


내가 태어난 나라지만 한국에서의 정착이 녹록지 않고 호주에서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생활의 맛을 본 뒤, 나 빼고 모두가 잘 나가는 한국에 정 붙이기에 점점 게을러지고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내 남은 삶을 사는 것에 적극적여지고 있었다.


그 사이 나이는 단 한 번의 워홀 비자를 쓸 수 있는 정도만 남겨 둘 정도로 차곡차곡 쌓였고 나는 마지막 기회를 쓸모있게 보내기 위해 그나마 호주와 비슷한 뉴질랜드로 나의 마지막 워홀의 나라이자 정착을 하기 위한 나라로 결정하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살기 위한 선택을 했으니 떠났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던가…


1년의 워홀 비자가 끝이 나고도 일하던 호텔에서 스폰을 받으며 기간의 제약 없이 지내던 어느 날, 그 동네 그 회사라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영주권을 취득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 뉴질랜드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더욱 생각났던 호주에서의 정착이 여러모로 더 나을 것 같아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호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호주에서 영주권을 얻기 위한 여정.


오로지 영주권을 위한 방편으로 정부 산하의 요리학교에 입학하고 공부를 하면서 '요리를 직업으로 삼는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다른 분야로 전향할 용기도 없었고 무엇보다 자금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버티는 마음으로 영주권을 받는 그날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영주권과 관련 없이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서 요리학교 졸업 후 동기들의 만류에도 강행했던 대학교 편입의 얘기가 빠질 수 없다.


내가 준비했던 독립 기술 이민에서는 나이 점수가 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은 어린 사람들을 제외하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요리학교를 졸업할 시점 곧바로 영주권 준비에 돌입하는 동기들은 대학교 편입을 결정한 나를 하나같이 반대했었다.

그들의 반대를 뒤로하고 나는 학생비자를 연장하였고 졸업이 다가올 무렵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요리학교 졸업과 동시에 풀타임으로 일하며 기술 심사를 진행하던 동기들은 일하던 곳이 문을 닫거나 무기한 휴업 혹은 구조조정으로 기술 심사(영주권을 위한 필수단계)에 필요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졸업생비자 기한이 만료되어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다시 비자 연장용 학생비자로 전환하며 계획없던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나보다 일찍이 영주권 준비를 시작했던 요리학교 동기들이 비상사태에 수습을 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동안 나는 다니고 있던 대학교에서 지원금이 나오기도 했고 전국이 lock down 되었던 2주가 지나자 일하던 호텔이 격리 호텔로 지정되어 바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호주 격리호텔에서 근무하기 참고


모두를 여러 방면에서 불안하게 만들었던 ‘코로나’라는 변수가 있었음에도 버텨낼 수 있는 기회가 틈틈히 생긴 것이 가장 큰 위안이자 희망이 되었다.

이 즈음부터 한 친구는 나를  ‘코로나 키즈’로  부르기 시작했다.




요리 공부를 하면서 진작에 요리를 직업을 삼기에는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느껴버린 상황에다 시골 호텔 키친 사람들의 거칠고 저질스러움에 적응할 의욕이 없고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인구 저밀도 지역으로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옮긴 터라 동네도 탐탁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심사를 포함한 영주권을 위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던 시간들이 결코 괜찮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너무 버겁고 적응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일을 하며 병을 하나씩 얻을 때마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영주권과 관련하여 표면적으로 봤을 때 영주권의 위한 나의 여정은 불평은 커녕 감사를 해야할 정도로 꽤 순조로웠던 것 같다.


'내가 더 노력할 수록 더 운이 좋아진다는 것을 느낀다.'는 누군가의 말을 실감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초청장을 받자마자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오랜만에 무소속으로 기한 없는 휴가를 보내 있다.


그리고 이제 호주에서 학생비자가 아닌, 임시비자 소지자가 아닌 '새 삶'을 계획 중이다.


진심으로 너무너무 감사하는 마음으로...


호주 영주권를 받는다 (실전편)​ 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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