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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cura Mar 31. 2022

내일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아직 무럭무럭 자라야 한다.

종종 내가 점점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10년 간 나를 괴롭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한 푼 못 버는 전업주부'가 되고 말았다는 자괴감이나 내 의지로 그리 된 것이 아니라는 억울함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어쩌다 원래의 나보다 한 두 단계 낮은 수준의 인간이 되었나 하는 생각에 실망 섞인 슬픔 같은 것이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 보험이 왜 아직도 없느냐는 시댁 어른 말씀에 뭐 그런 것까지 상관을 하시나 짜증이 났고, 열이 나는 아이를 대학병원부터 데려가 보라는 의사 말에 내키지 않아 하는 의심 많은 오빠에게 화를 내면서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전에도 혼자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주변의 설득이 있어도 잘 바꾸지 않는 편이기 했지만, 그땐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사람들 생각도 들어 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걸 알게 된 순간 정말 너무 슬펐다. 나도 그런 고집 세고 볼품없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가는구나...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땐 매일 잠자리에 누워 생각했다. '선배 누구의 이런 면은 꼭 닮고 싶다' , '선배 누구의 이런 면을 배우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렇게 선배들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며 하루를 반성했다. 내일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한 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지금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일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아니, 다시 돌아가야겠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자랄 수 있다. 나는 아직 무럭무럭 자라야 한다. 오빠와 나, 그리고 내 아이들을 위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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