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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cura Dec 29. 2021

대화의 범위

코로나 시대 전업주부 애엄마의 대화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오늘 내가 사람과 나눈 대화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처음엔 만 4세에서 이제 넉 달을 넘긴 나의 아이들과 나눈 대화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아이들과의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저 좀 더 깊이 있거나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좀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는 대화이기 때문에 어떨 땐 입이 아프게 대화를 나누고 나서도 대화가 매우 고파지는 상황도 생기곤 한다. 

아니지, 어른 사람과 나눈 대화도 있었지. 옆집 사는 둥이 반 친구 엄마와 인사를 했고, '오늘도 안 나오시나 했어요'와 '아기가 자요?' 정도의 대화를 나눈 후 다시 인사를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이것도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지, 졸업시험 2일차라 줌으로 연결해서 함께 공부하는 20명의 반친구들 얼굴을 봤고, 이런 저런 주의사항과 시험 관련 정보를 교수님으로부터 전달 받았다. 중간에 컴퓨터가 다운이 되는 통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해서 교수님께 사정을 설명하는 카톡을 보내고 , 알았다는 답을 받았는데 이것도 대화로 봐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거나, 글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고 간단한 회신을 받은 것인데, 이것도 대화라 할 수 있을까. 

늘 그렇게 세상과는 아무런 교류 없이 살 것 같지만, 실은 매일 퇴근해서 들어오는 남편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은 낮에 아이들과 있었던 일이나, 오빠 회사 얘기, 내 대학원 얘기 등인데 그닥 길지 않은 그 대화조차 오늘은 하지 못했다. 

오늘은 정말 세상과는 거의 아무런 소통을 하지 못한 채 내 공간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난 지독히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내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이 정도 혼자 갇혀 있는 세상도 퍽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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