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추리 Jun 20. 2019

마스크 쓰는 일본인.. 눈은 더 빛난다

<<보이는 거와 많이 다른 일본-15>>



“왜 이리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아?”


일본을 방문한 한국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또 한편 재미있어 하는 모습 중 하나 아닐까... 우리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것도 아닌데 건강 염려증인가, 타인에 대한 배려인가, 나름의 해석이 꼬리를 문다.


일본인들 스스로도 인정한다. 외국 사람들이 보면 일본에 무슨 ‘괴질’이라도 도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해외여행 중 일본인임이 바로 드러나 일종의 ‘타깃’이 될 수도 있으니... 그러니까 좀 자제하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다.


마스크 쓴 일본인들 (출처:yahoojapan)


확실히 건강관리 때문만은 아니다.


‘다테 마스크’.


우리말로 하자면 ‘장식용 마스크’, ‘멋내기 마스크’ 쯤으로 해석되는 신조어가 꽤 오래전부터 유행하는 걸 보면, 그들에게 마스크는 건강을 챙기는 도구 차원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그럼 도대체 왜 쓰는 걸까?


그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먼저 미적인 효용이다. 화장 안 한 얼굴을 가리고 얼굴이 작아 보이는 등등의 효과가 있다는 답변이 그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논의가 조금 심오해진다.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적인 목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마스크를 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같은 이유를 대는 사람들... 요컨대 세상에 대한 차단막으로서 마스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 사회는 이른바 ‘마스크 의존증’에 대한 근심도 생겼다.


사람들 사이에 벽을 쌓고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피하고 자신 속으로만 파고드는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니, 마스크를 통해 이런 경향이 강화된다면 결코 좋지 않다는 판단인 것이다.


마스크를 벗는 훈련도 제안하고 맨 얼굴로 소통할 때의 장점을 역설하기도 하는 재미난 현상이 그래서 뒤를 잇는다. 자기 사회 구성원들의 활발하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사회나 고민하는 주제일 테니...뭐 그런가보다 싶다.


마스크 의존증을 다룬 만화


그런데 그들의 마스크 논란을 한발 떨어져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로서는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마스크 현상에 대해 일본의 한 전문가는 이런 진단을 내렸다.


“...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주변 사람에게 보이는 부분이 줄어드는 반면 자신은 시야를 원래대로 확보할 수 있어 주위의 모습을 찬찬히 관찰하는 게 가능하다.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것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요인 중 하나다...”


이 분석을 보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마치 참호 속에 자신은 감추고 상대를 염탐하는 모습이 생각난다면 과도한 상상력일까?


마스크를 쓰는 심리는 남들에게 보이는 걸 싫어하고 세상과 벽을 쌓는 것이란 분석은 맞지만 그게 다는 아닌 거 같다. 오히려 방점은 그러면서 나의 시야를 확보하겠다는 데 찍힌 것 아닐까. 날 보여주진 않으면서 볼 건 다 보겠다는 게 오히려 핵심 아닐까.


일본과 한국을 두루 잘 아는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렇게 일본인과 한국인을 분석한다.


“일본인들은 먼저 상대방을 상세히 연구하는 반면, 한국인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관습화 되어 있다”


일본인은 상대에게 자신을 보이기 전에 상대를 관찰하고, 한국인은 상대를 관찰하기 전에 자신을 드러낸다.


일본인들은 쑥스러워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다른 사람들의 삶과 세상에 매우 관심이 많다. 결코 벽을 쌓고 무관심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본 개화파의 시조이자 우익세력의 태두라 할 요시다 쇼인(아베 총리가 제일 존경한다는 그 인물)은 정박 중인 미국 함대에 작은 배를 타고 가 밀항을 시도했다. 서구문물을 배우기 위해 막부의 룰을 어겨가며 무모할 만큼 도전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세상에 대한 일본인의 ‘광적인’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1871년 이와쿠라 사절단을 서구사회로 보내 무려 1년 10개월이나 선진문물을 속속들이 보고 기록하고 배웠고 결국 일본 사회에 이식했다. 사절단원들은 자신들의 두발과 복장이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머리를 자르고 양장으로 갈아입는 과감함을 보였다고 한다.


더 멀리 올라가 보자. 1613년 임진왜란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 일본은 유럽에 사절단을 보냈다. 이들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 로마까지 다녀왔고 당시 교황도 만났다.  


17세기 초 로마를 다녀온 하세쿠라 츠네나가. 유렵에서 그려진 초상화.



일본인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유난히'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는데 매우 능한 사람들이다.


다만, 자신을 가급적 덜 드러내며 덜 보여주면서 그 욕망을 채우고 싶어할 뿐이다. 그들의 이런 특징이 지금의 마스크 현상으로 귀결된 거 아닐까.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이 가려졌지만, 아니 가려졌기 때문에, 바깥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들의 눈빛은 더욱 집요하게(?) 반짝이고 있다.


마스크 쓴 일본인들을 보면서, 혹 그들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이고 벽을 쌓고 외부에 무관심한 사람들로만 단정 짓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해본다.


19세기 말 일본에 침략당하던 시절에나 필요했을 과도한 노파심일까.. 잘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생관광’에서 ‘아가씨관광’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