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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리 Sep 05. 2024

외할머니는 알바중

아이들과 어른들의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어렸을 때 제일 부러웠던 애가 비디오 맘껏 보는 비디오집 아들이었다.


고깃집 딸도 부러웠고 짜장면집 아들도 부러웠다. 근데 난 우리 동네 애들이 다 부러워하는 구판장집 딸이었다. 조그만 구멍가게 였지만 나름 있을 건 다 있었고 엄마 몰래 (물론 다 알고있었겠지만) 과자도 많이 가져다 먹었는데 그때는 그게 남들의 부러움을 살 일인가도 몰랐다.


엄마는 요즘 편의점 알바를 한다. 힘을 많이 써 손목이 아플일도 없고 오래 서있지 않아도 되어서 여기저기 안아픈 데 없는 할머니가 하기에 딱이라고 좋아한다. 하나, 담배 이름 외우기가 어렵다는 것만 빼면.


나와 아이들은 여름이 되면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 집으로 간다. 가면 꼭 외할머니가 일하는 편의점에 들른다. 아이들은 편의점에 있는 물건이 다 외할머니껀줄 알고 막 집어온다. 평소엔 엄마 눈치 보느라 하나씩 밖에 못 사지만 거기서는 막막 가져다가 바코드에 삑 찍고 계산도 안하고 먹는다. 평소에 안사던 요상하고 조악한 젤리도 사보고, 딱풀처럼 생겼고 맛도 딱풀이나 다름없을 것 같이 생긴 사탕 같은 것도 집어온다. 아이들에겐 외할머니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게 신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저기 안아픈 데가 없는 엄마에게도 손주들이 가져온 과자를 삑 삑 찍고 본인 카드로 계산을 하는 일이 즐거워 보인다.


아이들의 세상과 어른들의 세상은 너무 다르지만 어디론가는 연결되어있는것 같다. 그래서 나도 하나 골라서 계산대에 슬쩍 하나 올렸다. 이제는 몰래도 아니고 당당하게. 나도 엄마 딸이니까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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