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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블리 Apr 20. 2016

08. 낚시'질'

2015.07.19



낚시'질'

(illustrator cs6)



이렇게나 단정히 네 어장에 묶여 있는데

꼭 낚시질까지 해야 했니,


낚싯바늘이 박혔던 자리가 아물 즈음, 다시 바늘이 박히면 그렇게 아프더라고. 그래서 얄궂게 낚싯줄을 끊어버린 거야. 네가 새 바늘을 구해 올 때까지만 그 자리에 가만, 두기로 했어. 귀 뚫은 자리 아물듯이 예쁘게 파인 자리로, 네 새 바늘을 담담하게 스스로 꽂아 넣어줄 테니,


그러니, 

자꾸만 네 멋대로 어장에서 끌어내려 말아.






비늘 그리기 싫어서 아주 오랫동안 방치했던 그림. 선 끝과 선 끝을 맞출 필요가 전혀 없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항상, 굳이, 500% 씩 확대해서 끝과 끝을 맞추고 있었다. 가끔 이런 쓸모없는 최선이 참 우습다. 


정말 내 가슴에 물리적으로 구멍을 뚫었다면, 모나지 않은 동그라미를 만들고 싶어서 파내고 파내다, 답 없이 커져서 낚싯바늘 따위론 건져낼 수도 없어졌을 테다. 정말, 간절히 나가길 소원하게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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