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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블리 Apr 30. 2016

12. 같은 값이면 목성 사탕

2015.10.20



같은 값이면 목성 사탕

(photoshop cs6)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치는 건 화나는 일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감흥을 던지지 못한다는 건 소름 끼칠 정도로 아득해지는 일이다.

누군가 자꾸만 마음을 부풀리는 기분이다. 터질 것 같이 설레긴 하는데, 결코 단단해지진 못하겠지.



그냥 문득, "태양계 사탕이 나오면 꼭 목성 맛 사탕을 먹어야지. 왜냐하면, 가장 크고 위성도 많으니까!"라는 생각에 만들었던 이미지. 나름대로 지구 대비 목성과 태양의 크기를 치밀하게 계산했는데, 태양은 커도 너무 커서, 결국 크기를 살짝 줄이고 잘라서 넣었다. 이게 별과 행성의 간극인 건가. 


완성하고 나서 든 생각은, 그냥 '누군가에게 따 달라고 하기에 별이란 건 너무 크구나.'라는 생각 조금과 '내가 정말 우주에서는 먼지만도 못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 조금.


가끔 아무런 이유 없이 덜컥, 우울해질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이 '왜' 우울하냐고 물으면, 그냥 '우주 먼지 시즌이다.'라고 말하고 만다. 내 세계는 이 조그마한 지구 안에서도 한없이 작은데, 이런 내가 이 세상을 살아내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그저 삶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이 존재의 이유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품속의, 아니지 목젖 언저리의 사표를 만지작.


가끔 이렇게 내 세계 하나론 너무 하잘것없는 느낌을 받을 때, 내가 의미가 될 세계가, 내 의미가 될 세계가 하나쯤 필요해진다. 멀미가 난다. 자전 때문인지, 공전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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