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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블리 May 02. 2016

13. 어느 쪽이게

2015.12.10



어느 쪽이게

(photoshop cs6)

                    


나도 날 잘 모르는데, 네가 날 알 리 없고

나도 잘 모르는 내가, 널 알 수 있을 리 없고



음, 최신곡이라고 하기엔 살짝 낯뜨거울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아이유 <스물셋>이 신곡이었을 당시, 격한 공감과 함께 스케치했던 이미지인데 늑장 부리다가 이제야 올린다. 현재의 '나' 보다는, 정신 시끄러울 정도로 모든 게 복잡했던, 과거 스물셋 짜리 김가영이 공감했던 노래. 당시 나는 눈동자를 비운 채 숨만 쉬어도 여기저기서 곰이네, 여우네 떠들었더랬다.


대체로 나를 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되려 본인이 곰이거나, 밀렵꾼이어서, 나름 복작복작한 내 사고를 턱없이 단순화하거나, 일말의 가책 없이 총질을 해대곤 했다. 반면, 나를 여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되려 본인이 여우이거나, 닭이었고, 내게 자신을 투영해 생각지도 못한 검은 속내를 만들어 내거나, 이유 없이 피해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곤 했다. 그 사람들 틈에서, 나는 언제나 나였다.


그러니까, 총을 맞는 것도 나였고 피해의식에 쪼이는 것도 나였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눈에 비치는 모습에 칼을 긋고, 총을 쏘고, 못을 박곤 하는데, 그 모습이 오해였을지언정―하물며, 정말 만에 하나, 내 스스로 쓴 가면이었다 한들―대다수의 경우 치명상이었다는 이야기다. 


굳이, 그 대책 없는 이지선다에서 하나만을 꼽으라면, 나는 차라리 여우이고 싶은 편이었다. 곰은 면적이 넓은 탓인지 처음 겨냥해보는 사람도 여기저기 참 잘만 맞히더라고.


기왕이면, 그냥 한송이 장미 정도면 좋겠는데. 너무 작고 가냘파서 맞힐 수도 없을뿐더러, 뿌리만 있으면 상처 없이 다시 피어나는. 하지만 그 뒤에 숨기엔 내가 너무 커다랗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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