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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해" 조언의 함정

(사진출처 : 픽사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왜 이리 달콤할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있는 파랑새를 찾아 떠날 수 있고 현실을 잊을 수 있고 미지를 동경할 수 있다.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지내는데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 살 수는 없잖아. 너는 좋아하는 일을 해라. 좋아하는 일을 찾아봐.”


하루 24시간 중에 출퇴근 시간, 식사시간, 수면시간을 빼면 직장인에게 남는 시간이 별로 없다.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주말에도 출근하거나 승진용 시험 준비를 하고 대충 쉬다가 주일 저녁을 맞이한다. ‘내일 아침이면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일 저녁이 일주일 중 스트레스 수치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렇게 지친 생활 속에 ‘좋아하라’는 말은 ‘무지개 너머의 세상’을 얘기하니 이곳은 쓰디쓰지만 그 너머는 사탕같이 달다.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 ”


라고 조언을 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일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지친 사람들,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힘들게 하루하루를 지내는 사람이 진심으로 여러분을 향해 말한다.


마음을 담아서, 경험을 통해 얘기를 하니 거짓은 없어보여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할 것만 같다.


그렇다면 이 일 정말 재미있어. 우리 회사 정말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그런 일,  직장을 찾아야겠는데 그런 말을 건네주는 사람들이나 직장은 어디에 있을까? 자기 계발서를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 것 만 같다. ‘행복지수 1등 기업’이라는 키워드의 책도 있다. 우수기업들에 대해 신문에 연재도 되고 있다. 하지만 나하고 맞을지는 알 수가 없다. 도대체 ‘내가 좋아할 만한 일’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직장을 들어가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된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은’ 사람의 심리에는 현재 갖지 못하는 것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다. 맛있는 옷, 값진 옷, 더 멋진 차, 브랜드 가방, 여행지 등.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바라는 뭉게구름 같은 마음이다. 내가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이 더 커 보인다.


‘꽃들에게 희망을’ 책에서 줄무늬 애벌레는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커다란 애벌레 기둥을 보았다. 꼭대기를 향해 끊임없이 오르는 애벌레들을 보면서 줄무늬 애벌레는 생각한다.


“어쩌면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게 될지도 몰라.”


다른 애벌레들을 밟 올라서아야만‘높은 곳에 도달하는 것이 옳지 않은 길인 것만 같아서’ 오르지 않는 노랑 애벌레와 다르게 줄무늬 애벌레는 꼭대기의 비밀을 찾아내기 위해 애벌레 기둥을 오르는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힘들게 기둥의 꼭대기까지 올랐지만 정작 그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안다. 게다가 수많은 애벌레 기둥 중 하나를 올랐을 뿐이었다.


애벌레가 이미 거대한 애벌레 기둥을 올라봤더라면 그 기둥을 덜 동경했을 수도 있다.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기둥 위 세상은 너무나 궁금했다.


게다가 애벌레 무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애벌레 기둥은 다수의 애벌레가 추구하는 것이라면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기에 수많은 애벌레가 맹목적으로 기둥을 만들어 오르고 있었다. 다수라면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도 갖고 있다.





‘집단 충동’이라고도 불리는‘사회적 검증’은 어떤 생각에 대해 옳다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생각은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이 믿음이 항상 맞지는 않다.


몇 해 전, 후덥지근한 여름날 지역축제에 갔다. 사람들이 행사 천막 앞에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이 이벤트 줄인 것 같아서 슬그머니 줄을 서봤다.  시간도 넉넉해서 물어보지도 않고 줄을 섰다가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뭐 하는 줄이에요?” 내 앞에는 내 또래의 중년의 여성이 서 있었는데 뭐 하는 줄인지 모른다고 했다. 줄 앞쪽으로 가서 물어봤더니 ‘머리띠를 주는 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줄을 나서는 사람들 머리에 죄다 반짝이는 머리띠들이 깜박이고 있었다. 하마터면 넋 놓고 기다리다 원하지 않는 반짝이 머리를 받을 뻔했다.




누군가의 말에 대해 믿기까지 ‘그 말을 건네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와 ‘다수의 선택이냐’가 ‘선택’의 기준 이자 힘이 된다.


그런 점에서 유명인사들이 하는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라는 말은 매우 매력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그가 성공해서 유명인사가 된 이유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라고 하니 얼마나 귀에 달콤하겠는가? 이런 유명인사들은 많고 많다.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 씨가 싫다. 잡스가 했던 말 때문에 주먹을 불끈 쥐고 사랑할 만한 일을 찾겠다는 젊은이들을 잡스가 봐야 했다. 주먹만 쥐고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혹은 이상만 바라고 찾기만 하는 

현실을 봐야했다.


잡스 씨를 다시 무덤에서 나오게 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다들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잖아요. 다시 말 좀 해주세요.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을 먼저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말을 더 강조해주세요.(다음에 있는 잡스 연설문을 참고하.)

2005년 6월 12일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이렇게 조언했다.

“여러분이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직업을 찾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직업은 여러분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은 자기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직 그런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계속 찾아보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일들이 으레 그렇듯, 그런 일은 발견하면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훌륭한 관계들이 으레 그렇듯, 그런 일은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계속 찾으세요. 안주하면 안 됩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 발췌)

“그런 일을 발견하면 저절로 알 수 있다"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럴까?

스티브 잡스는 직관형일 가능성이 높다. 직관형의 특징은 육감, 직관적으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고, 미래지향적이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저절로 알 수 있다"라는 사람들은 첫눈에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쉽게 표현되어 있지만 과정이 쉽지 않다.

“계속 찾으세요. 안주하면 안 됩니다.” 이 말은 자칫하면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전공이 혹은 ‘직업(일)’ 이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외에도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좋아하는 일을 하십시오

 이 말이 진리일까? 한 번쯤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사랑할 일을 찾으라. 아직 찾지 못했으면 계속 찾으라.라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정말 사랑할 일을 찾았던 걸까? 그냥 어떤 일에 집중하다 보니 좋아진 것일까?  궁금해본 적이 있는가?

 "잡스는 젊었을 때 선불교에 열성적이었다. 인도를 여행했고 마약성 환각제를 자주 복용했으며 삭발을 한 채 법복을 입고 다니는가 하면 승려가 되려고 일본행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잡스가 기술 분야에 발을 들인 건 열정 때문이 아니었다. 올인 팜이라는 공동체 농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기술에 밝은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의 사업을 부업으로 도운 게 계기가 됐다. 애플컴퓨터조차 우연의 산물이었다. 잡스와 워즈니악은 도락가들에게 서킷 보드를 판매하다 어느 컴퓨터 상점 주인이 완전히 조립된 컴퓨터를 사겠다고 하자 돈을 벌려고 그 일에 뛰어들었다. 애플사와 컴퓨터 기술에 대한 잡스의 열정이 불타오른 것도 사업이 관심을 끌고 성공을 거둔 뒤부터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 발췌)

성공을 하지 않았더라면 수익을 거두지 않았더라면 잡스는 컴퓨터 분야를 시작하지 않았을 수 있다.

성공을 거두니 좋아졌을 수도 있다.


‘좋다’는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다음 장에서 알아본다.

글을 마무리 짓는 시점에서 궁금해진다. 무슨 이벤트인지 모르고 다수에 의해서 마냥 줄을 섰던 그분은 반짝이 머리띠를 좋아했을까?


브런치의 글들과 그 외의 글들을 엮어서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싶어"(2019.9.30 출간)책을 만들었습니다.

책으로 만나고 싶은 분들은 다음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youngsookkim/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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