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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환상 1

사진출처 : 픽사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환상1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라고 기대한다. 직장인이라면 하루에 8시간 이상, 출퇴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보내고 싶진 않다고 생각하며 내게 맞는 일을 찾기를 고대하고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찾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일’의 장점과 단점 중에서 장점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단점은 고려하지 못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좋아해서 시작한 길이라고 생각해도 마냥 행복하고 만족스럽지는 않다.


유명 배우도 직업 속에서 불만족과 만족을 동시에 느낀다.


배우로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유아인. 유아인은 2003년에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부터 상을 받았고 30여 개 이상의 상을 받았으니 재능이 있다, 연기가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최우수연기상, 백상 최우수연기상에 대한 수상소감에서 작품을 하면서 감동이기도 하고 지옥을 오간다며


“배우라는 일이 너무 어떨 때는 끔찍해서 에이 그만할래 때려치우고 싶어 하는 순간이 있는데”라며 연기자로서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그 순간들이 어떤지는 경험해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진정성 있는 연기하기, 한국 드라마 촬영의 어려움인 빡빡한 촬영 일정, 대중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들이지 않을까 싶다.


수상소감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서 유아인은 연기할 때의 자신의 느낌, 자신을 관찰한 순간에 대해 표현한다.


“연기하는 순간, 그 공기 안에 들어가는 순간,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그 순간에 제 자신을 또 다른 눈으로 목격하면서 황홀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


배우로서 행복하고 배우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청자 및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배우로서의 어려움과 만족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필자에게 상담과 강의는 만족스럽고 유쾌한 일이지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


간혹 학생들에게 담이라는 직업에 대해 만족하냐는 질문이 들어온다. ‘만족도가 300점’이라고 답변하는데 이 대답에 다들 놀란다. 100점도 아니고 300점이라니!


하지만 곧이어 불만족은 100점이라고 말하면 다들 웃음이 빵 터진다.   일에 대한 만족이 300점 이상인 필자에게도 불만족은 있다. 상담 근무조건에서 고용의 불안정성과 낮은 급여는 ‘보람과 가치’를 보며 일을 하지 않는다면 계속할 수 없게 만드는 문제이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 농담이지만 뼈아픈 얘기를 한다.  "우리가 취업시키는 아이들 초임보다 우리가 저렴해요. 하하하 "웃는게 웃는 게 아니다.

한국의 진로, 취업상담 특성상  단 회상담이 많아서 ‘장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한 참가자의 변화’를 지켜볼 수 없다는 부분이 아쉽다.  이런 불만족스러운 사항들이 있지만 15년 이상 진로, 취업전문가로 꾸준히 살아온  까닭은 함께 울고 웃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낸 참가자의 스토리에 감동받기도 하고 상담과 강의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시원하게 해결되었다고 활짝 웃는 미소 속에,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참가자의 눈빛 속에, 침튀겨가며 토의하는 학생들의 몸짓 속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기꺼이 불만족을 참아내고 만족을 바라보며 일터로 나가는 이유다

.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일상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다.


일은 주가와 유사하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부분,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주가처럼 등락이 있다.


일은 식물과 유사하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가꾸면 호흡하며 한 뼘씩, 두 뼘씩 자란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마무리하는 것처럼 일도 씨앗을 뿌린다.


 이론을 배우고 기술을 익힌다. 사람들과 어울려 호흡하며 일을 하나씩 진척해간다. 일의 재미를 알고 일의 깊이가 성숙하고 정점을 찍는다. 열심을 다하고 기력이 쇠해진 꽃나무처럼 일의 에너지와 상관없이 직장에서 일터에서 내몰린다. 내몰려도 또 씨앗을 뿌다. 이전과 다르거나 유사하거나 다시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정성을 다하면 다시 자란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일을 다시 습득하고 매뉴얼을 익히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 일에서 정점에 오를 날이 온다

.


일에는 부침이 있다.


모든 게 하기 귀찮고 싫어지는 날, 그런 날들이 지속될 때, 슬럼프라고 부른다. 좋아하는 일에도 슬럼프가 온다. 회사 가기 귀찮고 일하기 싫을 때는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니라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나만 슬럼프가 온다고 생각할 때 더 괴롭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그들은 슬럼프 때 어떻게 이겨내었는지 알아보면 별거 아니네 하고 지낼 수 있다.


제일 친한 친구를 떠올려보자. 미소가 지어지는가? 축하한다. 좋은 추억이 가득 있나 보다. 베프와 사귐에 있어서 ’ 봄’ 날만 있었나 돌아보자. 모든 날이 행복하지는 않았을 거다. 분명히 크고 작은 일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있고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싸운 ‘겨울’도 있었을거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이해해주고 그를 제일 이해해주는 나, ‘라는 우리의 관계가 이런데 좋아하는 일과 다툼한 번 없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에는 단점을 보지 않고 장점만을 보는 것은 아닌지, 항상 행복할 것이라고만 기대하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일이 주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을 예상하거나 감내할 수 있을 때 ‘일’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진짜 해낼 준비가 된다.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돕고자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싶어" 책을 만들었습니다.(2019년 9월 30일 출간)


https://brunch.co.kr/@youngsookkim/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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