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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클래스 Oct 27. 2024

여행지에서 외로울 때, 슬플 때 그리고 아플 때

진로이직상담사의 70일 배낭여행

나 홀로 여행을 장려하는 책의 구절을 봤다.


홀로 하는 여행은 외로움을 겪어내야 한단다.


외로워야 한다고?

어떡하지? 외롭지 않은데

외로우면 그냥 한국에 가고 싶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웃음이 피식 나온다.


유럽에 있는 동안 신기하게도 김치, 된장국, 그 좋아하는 떡볶이도 먹고 싶지 않았다~! 여행기간에 추석이 끼어 있었기에 추석에 명절음식이 생각나지 않느냐고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지만 좋아하는 송편, 잡채, 갈비 아무것도 그립지 않았다. 난 그저 스페인에 있는 사람이니까.


 (스페인의 음식을 주문하고 모든 음식, 음료를 그 지역의 전통방식으로 맞추려 했다. )


메뉴판을 보며 “이 중에서 이곳의 전통음식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 그렇게 주문한 음식들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런 내게 외로움은 없다. 진짜 외롭지 않아? 응. 어쩌지? 외로움을 겪어야 한다는데? 다른 식탁의 가족들이 식사할 때? 아니. 부부 사이에 앉은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보며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라고 생각할 뿐. 한국에 있는 가족들 생각과 함께 미안함은 스쳐갔지만 별로 부럽지 않다.





세비야 야경



세비야 야경



세비야 야경



<세비야의 노을, 밤풍경명소를 사수해서 얻은 컷들>



연인들이 길거리에서 키스하는 건 손잡고 걷는 것처럼 유럽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유명한 노을 명소에는 모인 인원들로 인해 모두가 다다닥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 연인들이 내게서 10센티 떨어진(?) 상태에서 부둥켜안고 쪽쪽 키스할 때는 ‘이들을 위해 비켜줘야 하나? 아니, 난 이 자리에서 노을 사진을 찍고 싶은데?’ 그런 생각으로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아마도 외롭다면 그렇게 수많은 연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있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외로울 때가 있긴 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반기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환영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한 사람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면서 이동할 때 그러니까 그들의 지인들을 만나거나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는 외로웠다. 나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나는 이방인이고 혼자였다.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음 여행을 갈 때는 이번에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을 만나지 않겠냐고 한다. 그렇겠네. 다시 같은 도시를 간다면, 그리고 그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줄 정도로 지속적인 친분을 이어간다면 말이지.


여행지에서 슬플 때는 예쁜 꽃 한 송이를 살 수 없는 거다. 꺾은 꽃의 생명은 꽃병에서 2주 정도인데 도시 당 일주일 단위로 움직이는 내게 꽃을 구매한다는 건 살아있는 꽃을 버린다는 의미와 같다. 구매한 꽃을 누구에게 줄 수도 없는 거다. 호스텔의 직원에게 줄 수도 있지만 친하지 않은 그들에게는 꽃이 선물이 아니라 짐이 될 테니까.


한국에 가면 꽃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돌아와서 나를 위해 꽃을 구매한다. 거베라 꽃말은 ‘사랑에 빠지다.’

책 쓰기와 사랑에 빠지고 싶고 재밌는 책을 쓰고 싶어서 꽃말만 보고 골랐다. 꽃을 버려야 하는 슬픔이 없어서 좋다. 지금 글을 쓰는 내 옆에 있어서 마음이 가볍다.



외로움 + 슬픔 = 아플 때


근무하거나 활동한 대학들을 언급하면면 많은 분들이 유명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안다. 반전은 나는 지방대를 다녔다. 지방 대학에서 학업을 하며 기숙사생활, 홀로 자취, 동아리 회원들과 자취생활을 했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냈지만 아플 때는 아무리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외롭고 슬프더라. 그런 외로움과 슬픔이 복합된 상태의 <아플 때>를 유럽에서 가끔 겪는다. 긴급처방이 필요한 그때 나의 처방은 바로바로 이곳.


한국에서 주로 쿠폰이 있을 때 가는 스타벅스(이 표현을 보면 내가 스타벅스를 싫어하는 줄 알겠지만 난 스타벅스의 편안함을 좋아한다. 그곳은 항상 내가 일하기에 좋은 장소를 제공한다. 어댑터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카페니까. 단지, 카페를 자주 가지 않는 편이어서 사용한 표현이다. 절약녀인 내가 한국에서 제일 많이 방문한 곳은 스타벅스. )를 외국에서는 나의 긴급처방약 구매를 위해 방문한다. 그러니까 아플 때만 갔다는 말. 유럽의 스타벅스에는 한국 지점에는 없는 진저 엑기스(생강엑기스), 를 4유로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한다. 영국에서 갑자기 몸에 이상이 와서 집에도 못 갈 체력이 되었을 때 긴급처방약으로 먹은 스타벅스의 진저 엑기스는 매우 유용했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앞 스타벅스 점에서

처음 발견한 생강엑기스

Ginger Shot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기운이 나니까

오트밀 죽

열어보니 아래같이 맛있는 과일 가득

하지만 아주 맛있다고 말하기에는 ㅎㅎㅎ

호불호 갈리는 맛 내겐 괜찮은 걸







건강한 음식만 먹으니

기운이 안 나서 구매한 시나몬 빵

정말 달콤함

이날의 점심 or 저녁들








 2시간 후에는 걸어서 멀쩡하게 귀가할 수 있었으니까. 집에 가려면 지하철역까지 30분을 걸어야 했는데 그 정도의 체력까지 갖춰서 회복이 되었으니 엄청난 효과다. 여행지에 맞추고 싶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으면 하루를 못 사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해외에 있는 동안 따뜻한 커피만 마셨기에 스타벅스가 필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에스프레소를 좋아했기 때문에 현지 카페와 잘 맞았다. 유럽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에스프레소처럼 짙다. 그래서인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는 스타벅스에 가면 한국인이 많았다.

그래서, 여행 중에 한국이 그리워지면 스타벅스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행 혹은 아쉽게도 그런 날이 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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