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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클래스 Nov 24. 2024

캐리어 레이스 승자는? Carrier Race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싶어> 저자의 배낭여행

캐리어 Carrier(20kg) 들고뛰기 레이스 Race가 있다면 상위권에 들 자신 있는 사람?

참으로 아쉽다. 그런 건 없잖아.

20킬로 대형 캐리어를 런던지하철 계단에서 들고뛰어야 했다.

바람 부는 페에 앉아 먹던 스콘과 플랫화이트,

미술관에서 작품들을 바라보며 누리던 여유로움과

온몸에 흐르는 땀방울과 바꾸게 될 줄은 몰랐다. 


캐리어를 찾아서 전철까지 이동하는데 걸릴 시간과 그 역에서 파리로 가는 출발역까지 이동하는데 걸릴 시간, 캐리어 및 여권 심사를 통과할 시간 등을 미처 계산하지 못했기에 뛰고 또 뛰어야 했다.

역에 정신없이 도착해서 확인하고 물어보고 뛰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런던에서 파리까지 가는 건 유레일패스로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20만 원 넘는 티켓값을 날릴 수도 있었다. 친절한 역무원들은 기차시간이 너무 빠듯하니까 앞으로 앞으로 급하게 보내주었다. 그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걸어도 땀나는 여름에 캐리어를 들고뛰어서 땀을 한 바가지를 쏟으면서 겨우 줄을 찾아서 대기하는데 멍하니 여러 생각이 오간다. 

다행이다. 큰일 날 뻔했잖아.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게 위험한 고비를 이후로도 여러 번 넘는다. 더 놀라운 일은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반복한다. 그러다가? 큰 코를 다친다.  이 고개를 지켜보는 재미는 언제까지일까?


가슴이 오싹한 순간들은 계속되었다. 모든 것을 해내고 싶어 하는 나의 생활 방식이 문제다.


런던의 투어버스가 예상보다 천천히 가서 걷는 편이 빠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언제 도착하냐고 물었다.

버스기사는 내게 되묻는다.

"바쁜가요?"

"예약을 해둔 것이 있나요?"


정말이지 유럽에서 뛰어다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운동이 아니면 절대 뛰지 않던 그들의 한가함. 분주하지 않은 여유가 부러웠다. 뛰어다니고 빨리 걷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어슬렁 다니기가 잘 되지 않았다.  해야 할  일(task)이 없는데 단지 여행지를 돌아보면 되는 건데도 안타깝게도 여행지가 할 일 목록이 되어서 열심히 돌아다녔다.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그리고 그걸 다 일정에 욱여 놓고 결국엔 캐리어를 들고 달리는 거다.

파리 호스텔 룸메이트 아난은 재즈를 좋아하고 그라나다를 사랑했고 네르하에서 수영하기를 추천했다.(그녀의 예상대로  그라나다와 사랑에 빠졌고 네르하를 좋아했다. ) 그녀가 경험한 환상적인 장소들에 대해 열띤 표정으로 얘기를 나눈 짧은 순간들이 좋았다. 그런 아야 마지막 인사를, 깊은 교감을 나누고 싶어서 '지금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야와 긴 시간 + 캐리어 레이스를 선택한다. 그 결과 자리에 찾자마자 기차가 출발하는 쫄깃한 서스펜스를 찍는다.


니스에서 전통음식 쏘카를 먹겠다고 찾아다니다가, 방전된 충전을 하느라 캐리어 레이스를 한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데, 공사 중이라서 정류장을 옮겼다는 안내문을 발견한 순간, 등에 한줄기의 땀이 흘렀다.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물어물어 간신히 정류장을 찾아 전철을 탔는데  뭔가 소란스럽다. 원래 가려는 역에서 내리기보다 한 정거장 전에 내려야 한단다. 구글맵을 믿느냐 현지인의 안내를 믿느냐 모험을 해야 하는 상황. 터미널에 갔었다는 외국인 부부의 말을 믿고 내려서 그들과 같이 뛰었다. 덕분에 시간 내에 탑승 성공. 그때 열심히 뛰어 준 슬리퍼는 바르셀로나 지하철 행인 때문에 장렬히 전사했지(바르셀로나 편에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여유롭게 출발했는데 일주일간 나의 발이 되어준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8층이 넘는 구간을 대형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야 했다. 동루이스 다리를 가본 사람은 이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동루이스다리는 위, 아래  개의 다리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 다리에 있는 사람은 그 가파른 꾸불한 언덕길을 올라야 모르공원에서 멋진 경치 구경이 가능하다.  

세비야에서 만난 지희 님이 준 고급 정보로, 땀범벅은 기본이고 헉헉 거리며 올라야 하는 지옥의 레이스를 우두커니 서있는 건물의 주차장 내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8층 이상의 구간을 일주일간 손쉽다녔고, 만나는 한국분들에게 알짜 정보를 드리고 흐뭇했다.


너무 믿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 운행을 안 하네? 그럴 수 있어 그런 적 있잖아?

맞아. 있지.

그러면서 층계를 올랐다.

2층, 운행을 안 하네? 설마, 이상하네? 고장인가? 

2층에서 후진하기에는 2층이나 올라와 버렸거든. 사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서 남들처럼 가파른 길이지만 캐리어를 밀고 올라가는 편이 나았다. 2개의 층을 올라왔는데 되돌아갈 수 없다고 버티고 올라간 것이 잘 못이었다. -투자비용을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였다.-


매일 이동하면서 흐뭇하게 믿었던 너(엘리베이터)에게 차이다니. 이럴 수가. 그래, 그랬네. 대부분의 호스텔에서 항상 2, 3층 침대를 배정받았잖아. 이 나이에 끙끙대며 거길 오르내리면서 팔의 전완근이 엄청 단단해졌잖아. 드럼을 위해 이렇게 단련되나 보다 싶었지? 그게 아니었네. 다 이럴 때를 위해 근육을 만들었나 봐. 씩씩 거리면서 계단을 다 오르니 더위에, 흐르는 땀에, 팔의 뻐근함에 몸이 휘청한다. 어후야.


거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공항에 도착했는데 불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00 항공에서 온 메일에 

'예약한 대로 비행기를 타겠음'

 회신하지 않았다며 즉각 취소되었단다.

뭣이라고? 말도 안 돼!

 소중한 몇 만 원이 날아가고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건넨다.


괜찮아. 비용 절감을 위해 아껴 먹으면 지. 


결정적인 순간은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으로 오기 전 마지막 여행지

마드리드에서 호스텔 이사를(이동)하는 이었다.

웬만하면 호스텔 이동하는 날은 근교 여행은 피하고 싶었지만 날씨가 용이하지 않았다. 마드리드는 계속 우중충하고, 비 오는 날씨였기에 쿠엥카, 세고비아를 비가 덜 오는 날 가고 싶었고 톨레도는 1박 숙박이라서 겹치지 않게 호스텔을 예약해야 했다. 일은 포르투에서 시작된다.


포르투의 새벽 2시.

'카드비용 미지급'이라며

'호스텔예약 취소 알람'을 보는 순간

정신이 멍해진다.

정신 차려야 해.

폰도난으로 은행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어서 -계좌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용지발급을 할 수 있다거나 전화로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해외에 가는데 신용카드 하나 없이 현금카드만 가져갔다는 사실에 친구들은 용감하다고 대~단~하다고 했다. -어렵게 예약한 마드리드 호스텔예약이 모두 취소된 거다.


졸린 눈을 비비고 긴급 SOS! 시차가 얼마나 다행인지. 한국은 오전 11시잖아. 한국의 가족에게 연락해서 은행 잔고를 채우고 다시 예약을 한다. 이미 좋은 곳들은 예약이 꽉 찬 상태. 위치 점수 좋고, 평점 좋은 여성전용룸은 이미 찼다. 위치, 평점이 낮고 여성전용룸을 선택하느냐 평점 좋고 혼성룸으로 가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그 사이에 좋은 혼성룸도 사라져 간다. 평점 좋은 , 원래 예약했던 곳은 그사이에 자리가 차버려서 3박밖에 안된다 후순위 호스텔로 나머지 날들을 예약한다.

폰도둑놈 벌 받아라~ 욕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호스텔을 두 곳을 예약하고 안심하고 잤는데 그 여파가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거다. 두 번째 호스텔이 체크인 전에 짐을 맡아줄 수 있다고 하여 이른 아침에 짐을 맡기고 쿠엥카를 갔다 오려고 미리 간다. 여권의 나이를 확인하더니 호스텔 규정상 엘리베이터가 없는 호스텔은 45세 이상은 이용이 불가하단다. 아고다는 우리는 나이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하고 호스텔은 규정상 45세 이상은 안되는데 아고다 너희가 알려주지 않았잖아 라며 서로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뭣이라?? 

그나마 안심인 것은 나의 어설픈 영어실력이 걱정된 호스텔 직원은 본인이 아고다와 얘기해서 처리해보겠다고 한다. 짐도 맡아준단다. 하지만 그런 모든 조율을 마치는데 꽤 시간이 걸리고 이동했는데

쿠엥카행 열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도 제시간에 기차역까지 왔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다.


스페인에서 스페인어를 모른다는 건 귀찮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쿠엥카열차 줄을 기다리라는 역무원 말을 믿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기다란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열차시간 옆에 빨간불이 들어오는데

 지연이라는 거야? 어서 타라는  거야?

유럽에서 열차 지연이 태반이어서 지연이겠거니 생각해 보지만  불안하다. 급하게 줄에서 빠져 나와 다른 역무원들을 붙잡고 물어물 어서 맞는 게이트를 찾았지만


Oh, No.


돈이 있는 계좌는 막혀 버렸고( 폰도난으로 사용인증이 되지 않는 폰은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고 계좌이체도 불가하다. 예비폰을 한국에서 동기화해서 가야 한다는 걸 몰랐다. 등록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아고다 사이트를 제외하고 모든 해외 웹사이트 결재가 불가능해진다. 렐루서점 기타 등등 오 마이갓. 마이리얼트립으로 투어예약을 해야 하는데 카드가 입력되지 않아서 네이버페이로 겨우 이용한다.)


남편은 자가용이 고장 나서 몇 백만 원을 썼기에 더 이상 여윳돈이 없다 하고 내 지갑은 얄팍한데 거금 8만 원짜리 열차가 유유히 눈앞에서 사라진다.


내. 가. 늦. 게. 온 게 아니라고요 직원이 안내해 준 에서 기다리다가 이렇게 된 거라고요. (호스텔 문제 때문에 빠듯하게 와서 생긴 일이기도 하지. 폰도둑, 이 나쁜 놈아)

갑자기 눈물이 터져 버렸고 

걷잡을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인다.

흑 흑 흑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고객센터에서 망연자실 기다리는데 그런 나를 멀리서 지켜본 구원투수가 등판하여 옆에서 부연 설명을 해준다.

직원이 멈춰서 빠른 스페인 말로 고객센터직원과 말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는 진정한 구원투수였다.


역에서 출발하는 쿠엥카행 기차는 이미 끝났지만 전철 타고 조금만 더 가면 쿠엥카행 열차가 있는 역이 있다면서 기차표를 끊어준 거다. 말도 안 돼.

그것도 1등석으로!


원래는 다시 돈을 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되물었다.  


?

당신 거예요.


온몸에 전율이......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를 건넨다. 

구원투수는 직접 데려다주면서 자신의 목걸이 마스터키(?)로 지하철까지 통과시켜 준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까.

그는 퇴근하던 길이었는데 가던 길을 멈추고 에스코트까지 해준 거다. 넘치는 친절함이

천사가 따로 없다. '당신에게 받은 친절을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게요.'


그렇게 매회 질주하던 캐리어 레이스의 승자는 아웃 Out 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원 Save 된다. 

Wow, Amazing.

Thank you!!Man and

Thank you, God.


8시간 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못미 마드리드의 밤(night)이 되지만 그 낮(day)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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