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시경만 같아도 #7

5초의 숙면

by 영순

내시경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면 내시경으로 검사를 진행하기에

겁날 것은 없었지만, 병원의 수술실 베드는

언제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것 저것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내 이름을 부른 후, 이제 시작하겠다고,

잘 끝날 거니까 걱정말라고 말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이제 수면 시작할게요"라는

말을 하면서 링거줄에 흰색 액체를 투여했다.




수면 내시경은 처음 하는거라

호기심이 가득했다.


물론, 20년 전, 쌩으로 위내시경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고통을 생각하면,

수면 내시경을 할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르고 검사를 할 수 있다니...




어쨌든, 난 수면 내시경을 처음 해보기에,

무척 궁금하고 신기했다.


몇 초만에 잠드는지 테스트 해보려고

숫자를 세보았다. 어린애처럼.


지금 돌이켜보면, 숫자 5를 세지 못하고

잠들었던 거 같다.




너무 신기하다.


어떻게 사람이 5초만에 잠들수 있지?




내가 잠이 깼을 때는

모든 검사가 끝난 후, 회복실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괜찮냐고 물었고, 난 괜찮다고 대답했다.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었는지 묻자,

40분 가량 소요되었다고 했다.




신기했다.


잠들자마자 흐른 시간은

5초도 안되는 것 같은데,

40분이 흘렀다니.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잠에 예민한 편인 내가,

40분간 어떠한 느낌도 없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모두 마쳤다니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다.




하루에 8시간을 자도 그 시간 동안,

자세를 바꾸다가 깨기도 하고,

같이 자는 사람의 뒤척임에 깨기도 하고,

이불을 끌어 덮거나, 실내 온도에 따라 깨기도 한다.


이렇게 중간 중간 끊김이 있다보니,

8시간 동안 숙면을 취했다는 생각이 안든다.

깼던 시간을 합산하면 10-20분도

안될텐데 말이다.




나에게 숙면이란

순도 100%의 잠을 의미한다.


그런데, 40분의 검사시간 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모든 것이 다 끝났다니...




꼭 잠자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




고통도, 불편함도, 걱정도,
예민함도, 좌절도 완전히 차단된 채
순도 100% 평온함 속에 쉬는 것.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대장 내시경을 하고 여러 해가 지나서 알았다.


연예인들이 상습 투약하는

그 우유주사라 불리는 프로포폴이

내가 대장 내시경을 할때 투여받았던

그것이라는 것을....




이것을 주기적으로 맞는다고

생각을 잠깐 해보니,

너무 좋을 것 같기는 했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 좌절, 불안, 걱정

그 모든 감정들이 순도 100%로 멈추는

그 행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합법이고,

편의점에서 500원에 팔고,

껌처럼 씹기만해도 되는 간편한 것이라고 해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무조건 중독될 것이며,

무조건 투여량과 빈도를 늘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정상적인 삶을 나의 의지로 멈출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무너지겠지.




우리의 삶은 고통스럽고, 화가 나고

앞이 보이지 않으며, 불안하다.


명상을 해도, 그 생각들이 자꾸 떠오르고,

해외여행을 가도, 몸만 가는 게

우리의 삶이다.




100% 멈추는 길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과

프로포폴 외에는 없다.


이 두 가지가 정답이 아니므로,

나는 오늘도 차선책을 찾아

마음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