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진단
회복실에서 의식이 깨어난 후
아직 휘청거리는 몸으로 옷을 입고
진료실로 향했다.
나는 짧은 순간
의사 선생님의 얼굴 표정을 스캔했다.
내시경 결과에 안 좋은 소식은 없는지.
위는 깨끗했고, 특이사항이 없다고 했다.
다만, 대장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용종 3개와 더불어,
조금 크기가 큰 용종이 1개 발견되었다고 했다.
크기가 큰 용종은 5년 정도 그대로 두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용종이란다.
다행히 모두 잘 제거하였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가장 작은 용종이 발견되는 경우,
대장 내시경의 주기를 짧게 잡을 필요가 없지만,
지금처럼 크기가 좀 큰 용종이 발견되는 경우,
2년마다 검사를 하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결제를 하고 병원을 나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에 잠겼다.
마음의 병이 커질대로 커져
우리를 덮쳐올 때,
우리의 마음과 육체는 모두 무너진다.
마음으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고,
생각나는 것은 온통 어둡고 좌절스럽고,
아픈 것들 뿐이다.
이런 시간이 이어지면,
우울과 불면이 찾아오고,
불안이 주인행세를 하며 나의 무릎을 꺾는다.
마음과 육체는 서로가 서로를 무너뜨리며,
악순환을 거듭한다.
결국, 빠져나오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작은 공간에 단단하게 고정된 채 고통을 받게 된다.
우리 육체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경고를 보내 우리에게 알려준다.
문제를 해결하라고,
균형이 무너졌으니 얼른 바로 잡으라고.
우리가 그 신호들을 여러번 무시하면
육체는 그런 우리에게 토라지기라도 한 듯
큰 병이 될 때까지 침묵한다.
우리 마음에는
경고를 보내는 체계가 왜 없는걸까?
더 큰 병을 얻기 전에,
미리 미리 경고신호를 보내주면,
큰 병을 더 잘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마주할 수 없는 거인이 된 마음의 병이 아니라,
가볍게 싸워 이길만한 꼬마를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시경처럼 우리 안을 들여다보며
병소를 발견해내고,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싹을
주기적으로 잘라낼 수 있다면,
우리 마음은 오래도록 건강할 수 있을텐데...
태어나 성장하고,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으니,
분명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제대로, 정확히, 검진해서
미리 미리 병소를 제거해야 할텐데...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고,
속이 완전히 비었으니
죽부터 천천히 먹으라는 말이
또 나를 무겁게 한다.
난, 당장 매콤한 닭갈비나
돼지고기로 파티를 하고 싶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