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한 아침식사

행복했던게 맞습니다.

by 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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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어느 날의 아침 식사는

허접하기 짝이 없는 햄버거 한 개와

맥주 한잔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 아침의 내 기분은 '좋은 편'이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니,

좋았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고,

매우 '행복'했었다.




당시에 내가 놓여져있던 여러 상황들은

나의 삶을 매우 힘들게 만들었었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가족 여행은

쉼이라기보다는 고단한 삶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놓고

아빠와 남편 역할을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사진이 찍힌 날의 기분은

행복하다기보다는 '좋은 편'으로

기억되어 있는 것 같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사진을 보니,

난 이 때 '행복'했었다.




허접해 보이는 저런 아침 식사는

허접하게 먹으라고 누가 만들어준 게 아니고,

많은 음식들 가운데 내가 고른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물놀이가자고

침대에서 방방 뛰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서도

그래도 나는 제법 '좋은 아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순간순간 들었던 여행이었다.




'좋은 편'이었다고 기록된 저 날의 기분을
'무척 행복했다'고 지금 수정하는 이유는,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것들을
저 때는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사라져버린,
그때는 몰랐던,

행복했고,
눈물나게 고마웠던
그 많은 것들,
시간들, 추억들....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