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좋습니다.
그 모퉁이를 돌았을 때
마음이 온통 꽃으로 채워질 만큼
예쁜 꽃들이 나타났다.
외딴 화단이 아니라,
사람이 드나들고 사는 곳,
그곳에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금새 알아차렸다.
그 꽃들은 조화라는 걸.
생명력이라곤 없이
언제나 저 빛깔, 저 모양인
가짜 꽃이라는 걸.
나는 사는 내내,
내 마음에, 내 인생에
예쁜 꽃이 피어나기를 바랬다.
그것도 진짜 꽃이길.
진짜 꽃은 늘 피어있는게 아니라서
힘든 삶이었고,
어쩌다 꽃이 피어도
금새 시들어버리는 모습을 봐야했기에
또 힘든 삶이었다.
진짜 꽃을 원하면서
그 꽃이 시드는 것은 거부했던
어리석었던 삶...
난 그만큼 약하고 깨지기 쉬운 존재였다.
삶을 살아보니,
온통 새로움을 불어넣는
싱싱함과 향기로움이 있는 진짜 꽃보다,
늘 같은 모양의 가짜 꽃이 주는 은은함이
더 위로가 될 때가 많은 것 같다.
시들지 않아 좋고,
가짜인 걸 알면서도 꽃이라서 좋고.
마음을 치유하는데,
행복을 느끼는데,
'진짜'가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남은 생은,
'가짜'여도 내 마음을 조금 밝게 해줄,
'가짜'인줄 알면서도 나를 웃게 해줄,
그런 것들을 만지며 살아야겠다.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