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따뜻했습니다.
2004년 12월 그 해 겨울은 따뜻했다.
전세 800만원짜리 원룸에 곰팡이는 자주 피었고,
외출 후 돌아와 불을 켜면 바퀴벌레가 득실거렸고,
에어컨이 없어 여름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냉수 샤워를 해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겨울에는 너무 추웠고, 여름에는 너무 더웠으며,
허름한 뒷골목에 위치해 있어 집으로 가는 길이 불쾌했다.
누군가 그 당시를 내게 묻는다면
'따뜻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상하다.
좋았던 것은 얼마 없는데도,
왜 난 그 시절을 따뜻하게 기억할까?
신기하다.
지금보다 더 순수했고,
지금보다 더 열정이 있었으며,
지금보다 더 만족할 줄 알았고,
지금보다 더 나에게 너그러웠던 것이
정답이 아닐까 오늘도 곰곰이 생각해본다.
2004년 12월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겨울, 난 따뜻했다.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