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전 베트남에 갔습니다. #27

맥주 선택 3

by 영순

서로 다른 맥주를 4캔을 모두 먹도록, 나는 내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4캔쯤 먹으니 기분좋게 취기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냉장고에는 아직 6캔이 남아있기에, 앞으로도 이틀 정도는, 설레임과 기대를 계속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걱정은 아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을 수 있을까?"




4캔의 맥주 모두 저마다의 단점이 있었다. 어떤 것은 풀맛이 났고, 어떤 것은 밍밍했고, 어떤 것은 탄산이 적었고, 어떤 것은 쓴맛이 강했다. 냉장고에 있는 나머지 6캔에서 완전하게 잘맞는 맥주를 고른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첫 캔은 내가 수년간 먹어오던 맥주와 비교가 되었을 것이기에, 첫번째 맥주는 내 마음에 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수년간의 익숙함이라는 적과 싸워야 하니까 말이다.




두번째 맥주는, 수년간 먹어오던 한국 맥주를 뛰어넘으면서 첫번째 맥주가 가진 단점이 없어야 하기에 당첨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세번째부터는 이제 맛도 섞이고, 기억도 섞이고 길을 잃게 된다.




그렇구나. 이게 인생이구나. 좋았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고, 지금의 단점을 내일 즉시 해결하려고 하고, 연이은 단점들 속에 판단이 흐려지고, 사람을 탓하게 되고, 상황을 탓하게 되고, 삶을 탓하게 되고. 그렇게 우리 인생은 갈 길을 잃어버리는 것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있다고 생각했던 36일간의 여정속에서 나는 작은 일 하나에서도 지난 날의 나의 과오를 찾아낸다. 내가 나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희망을 본다. 다시 링위에 올라가면,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를 다짐한다. 그렇게 작은 일과 작은 생각에서 나를 살려낼 치료법을 찾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