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사 그리고 치유
베트남에서 36일을 지내는 동안 나의 삶은 단순하고 여유롭고 반복되었기에, 큰 어려움에 빠지거나 큰 도움을 필요로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대화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언제나 실수, 착각, 착오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 나에겐 도움이 필요했다. 내 나라가 아니었고, 내 언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없었고, 문화가 달라 나의 상황을 상대가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함으로써 나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도와준 현지인들이 있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듣던, 콧소리 잔뜩 들어간 이질감 느껴지는 과도한 친절과는 전혀 달랐다. 그들은 시선을 마주할 땐 어색해서 시선을 피하기도 하고, 순박한 미소가 잠깐 스칠 뿐이었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에는 언제나 진지함과 진심이 가득 들어 있었다.
처음에 난 그들에게 '땡큐'라고 했다. 다음엔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씬깜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문득 내가 도움을 준 외국인이 나에게 어색한 한국어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했을 때 내 마음이 뭉클할까 생각하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받은 그 진심과 고마움을 그대로 돌려줄 방법을 생각했다.
구글번역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구글번역기는 어느 언어든, 내가 원하는 모든 표현을 몇 초만에 즉시 번역해준다.
"너무 고마워요. 당신은 지금,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말과 행동을 내게 해주었어요. 나는 한국에서 너무 힘든 일이 있어서 절망적인 상태로 베트남에 왔어요.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에요. 당신의 행동 덕분에 내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당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세요. 당신은 누군가의 하루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있고, 나처럼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도 있어요. 정말 고마워요. 베트남에서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잊지 않을게요."
나는 이 말을 베트남어로 번역해서 캡처해 둔 후, 진심으로 나를 도와주고 어려움을 해결해준 현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을 읽은 그들의 표정은 언제나 잠시 흔들렸다. 그리고 표정이 너무 밝게 빛나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 따뜻하게 미소짓는 사람도 있었고, 눈에 슬쩍 눈물이 고인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가슴 깊은 곳에서도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음이 뜨겁게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삶이 너무 힘들어,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베트남에 왔다. 나는 따뜻한 말, 위로의 말, 치유의 말을 들어야 하는 중환자였다. 36일간 누구에게서도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듣지 못했지만, 내가 그런 말을 누군가에게 함으로써, 내가 치유됨을 경험했다.
반복적으로 가는 식당이나, 호텔에는 소주 몇 병을 사서 그들에게 주며, 다시 캡처한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술이에요. 비싼 건 아니지만, 한번 먹어봐요. 당신 덕분에 행복한 하루에요."
나는 그렇게 또 치유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