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마철 빨래 같다면

이대로는 안 됩니다...

by 영순

이제는

빨래건조기가 대중화되어서,

주부들에게는

있으면 좋은 물건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 되었다.




손으로 빨래를 하다가,

세탁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편하다고 느꼈을까?




손으로 설거지를 하다가,

식기 세척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편하다고 느꼈을까?




하지만,

빨래건조기는

이 두 가지와 경우가 다르다.




세탁기는 시간에서는

이득을 크게 보지 못한다.

편리함만 얻는다.


식기 세척기는 시간에서는

더 오래 걸리기까지 한다.

편리함은 얻는다.




하지만,
빨래건조기는

시간이 하는 일을
해준다.

자연이 하는 일을
해준다.


시간을 더 앞당길 수 없이,

햇빛, 바람이 하던 일을

대신 해주면서

시간을 압도적으로 당겨준다.


편리함은 물론,

엄청난 시간을 앞당긴 물건이다.




우리의 삶이 고통스럽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만 가득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젖은 빨래와도 같다.

내가 있는 곳은

열대우림인데다가

우기가 한창이다.


도저히, 빨래가 마를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젖은 옷을 입고

계속 다녀야 하는 느낌,

생각만 해도 싫다.


그런데, 삶의 어느 다리를

건너다보면,

심한 우기에,

내가 입은 옷이 온통 젖어서,

마를 기미가 안보일 때가 있다.


몸은 점점 무겁고,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이럴 땐,

나 자신도, 주변의 사람들도

서로 상처주며 할퀼 수 밖에 없다.


치유해야할 상처만

늘어나는 것이다.


젖은 옷을

점점 더 껴입는 꼴이다.


이럴 땐,
젖은 옷을 탓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을 탓하지 말고,
환경을 바꿔야 한다.


옷이 마를 수 있는

건조하고, 따뜻한 곳으로...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 속에서,

옷을 말릴 수는 없다.


환경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면,

젖은 옷과 장맛비와

습도를 아직

견딜만 하다는 거다.


정말 젖은 옷이 무겁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벗어버리고,

가벼워지고,

뽀송뽀송한 옷을

입고 싶다면


환경을 바꾸는게 어렵다고 말하는 대신,

어떻게라도 바꾸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진정 어려워서가 아니라,

정말 간절히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맛비에 젖은 옷도,

내 힘든 삶도,

결국 내가 바꿔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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