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기는 어떤가요?
세상을 살다보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을 기회가
종종 있다.
고기를 굽는 사람이
다 구운 고기를
접시 위에 올려두면
이내 말한다.
"이건 덜 익은 거 같은데요~?
돼지 고기는
바싹 익혀먹어야 좋아요."
라면서,
자신이 집게를 들고,
고기 몇점을 다시
불판 위에 올려놓는다.
그의 말을
바꾸어 말하면,
"내가 사랑하는
금쪽 같은 내 아이를
먹일 고기는
덜 익지도 않고,
타지도 않은,
암을 유발하지 않은
딱 먹기 좋은 고기여야 해요.
고기를 그렇게 구우면
어떻게 해요?"와 같다.
나도 이런 경우를
종종 접했다.
지인에게서도,
가족에게서도...
그런데,
답답하고 웃음이 나는 것은,
자신이 집게를 들어,
고기 몇점을 다시
불판 위에 올려두고,
본인이 보기에,
자신의 아이가 먹기에
딱 좋게 익도록 뒤집으면서,
빈 불판에 그 집게로
생고기를 여러 개 올린 그 집게로,
딱 맞게 익은 그 고기를
자신의 아이에게 준다는 것이다.
돼지고기는 생고기로
먹으면 세균 때문에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채,
자신이 보기에
조금 덜 구운 그 고기를
자신에게 흡족하게 굽는 동시에,
생고기 여러 점을
그 집게로 올려놓고,
그 생고기를 집었던 집게로,
잘 익은 고기를
자신의 아이의 밥 숟가락 위에
올려두고, 입에 넣어준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정말 벌어진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내가 보기에는
거의 익은 고기였는데,
다시 굽는 건 그렇다 치고,
그걸 구우면서
그 집게로 생고기를 집어 올리고,
그 집게로 자신의 아이 입에
익은 고기를 넣어주는 것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한다고 해야할지,
답답하다고 해야할지,
어리석다고 해야할지....
나는,
좀 덜 익은 고기보다,
생고기를 집었던 그 집게로
익은 고기를 다시 집는 것이
견딜 수 없어,
집에서 가족들과
돼지고기를 구워먹을 때는
항상, 집게를 2개 준비한다.
빨간색 집게는 생고기,
파란색 집게는 다 익은 고기...
인생도 이와 같다.
모두 자신만의 원칙이 있고,
고집이 있고, 루틴이 있다.
다른 사람이 그것을
어기는 것 같으면,
잠시도 참지 못하고,
자신의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니, 세상에 넘쳐난다.
전쟁도 그렇고,
정치판도 그렇고,
부부싸움도 그렇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하나의 고집과 원칙은
말도 안되는 것들이 많다.
그보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직전에 객관적이고 옳아보이던 것도,
그렇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관계에서 오는 고통은
2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타인이 자신의
규칙을 나에게 강제할 때,
그 반발심과 저항감에서
두번째는, 나를 힘들게 하는 타인이
내 규칙을 따라주길 바라지만,
따르지 않고 고집을 피우는
그의 반발심과 저항감에서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그와 관계를 끝낼 수 없이,
계속 부딪히며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인생을 수십년을 살고도
여전히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다들 자기 입에
고기 넣기 바쁠 때,
나 혼자 고기 열심히 구웠는데,
지 애 입에 넣어줄 고기가
자기 마음에 안든다며
얌채 같은 소리하는 걸 듣고도
아무말 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나 때문에
2. 설사,
"덜 익은 고기보다
그 생고기 집었던 집게가
애한테 더 안 좋아요."라고
말한다고 한들,
그가 "아 그렇네요.
제가 실수였네요.
제 생각이 짧았네요."라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원칙을 강요하며,
내 삶 깊숙이 들어온다.
수십년을 살고도,
여전히 난 관계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냥 흘려넘기기엔,
모른 척 하기엔,
웃고 말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내 원칙을
어그러 뜨려 놓는다.
나이가 더 들면,
더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상처받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