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힘이 들면
정말로 힘이 들면,
어떤 위로도 받을 수가 없다.
그 위로는
내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지 못하고
건네는 위로이기 때문이다.
이런 위로가
나를 더욱 아프게 하기 때문에
그 위로를 받을 수가 없다.
그 위로는 또 다른 고통이기에...
정말로 힘이 들면,
무엇도 털어놓을 수가 없다.
털어놓기에는 처한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너무 우울하고,
너무 절망적이어서,
말하는 동안
내가 더욱 깊은 어둠속으로
가라앉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힘이 들면,
아무도 만날 수가 없다.
누군가를 만나서
나를 보여주기엔,
내 자신이
너무 가엾고,
너무 불쌍하고,
너무 측은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힘이 들면,
어떤 희망도 품을 수가 없다.
이미 그때는,
해볼만한 모든 노력을 해본 후라,
반복되는 절망을
이미 학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힘이 들면,
그 어떤 위로도,
그 누구라도,
그 어떤 희망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계치를 넘는다는 건,
그런 것이다.
신도,
우주도,
그 누구도
나의 처지를 불쌍하다며,
끌어 올려주지 않는다.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는,
위로도, 희망도, 노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끝날 것 같지 않은,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터널에서는,
용기도, 의지도, 재도약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터널을 빠져나와
밝은 빛을 마주하기 전에는...
그때까지 버티려면
반드시 품고 있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오로지, 그것만이
언젠가 나를 다시 살려줄
유일한 희망이 된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
나를 질책하는 것,
나 자신이,
나를 비난하는 것,
나 자신이,
나를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것,
나 자신이,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내가 나를 버리면,
그때는 영원한
암흑에 갇히게 된다.
비로소 이때,
미래는 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