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많습니다.
여러 해 전,
휴가를 앞두고 있었다.
휴가는 5일이었으며,
오로지 나 혼자만을 위해,
쓸 예정이었다.
직장일 때문에
심적으로 너무 많이 지쳐 있어,
내가 살기 위해서는,
직장도 가정도 떠나야 했다.
단 며칠이라도.
휴가동안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도
내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많은 일들을 미리 당겨서 처리하고,
동료에게 부탁하는 날들을 보냈다.
드디어,
휴가 시작 이틀 전이 되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왼쪽 어깨가 아팠다.
근육이 아니라,
어깨 속이 아팠다.
살다보면,
나이가 들다보면,
여기 저기 아픈 곳이
생기기도 하고,
며칠 있으면 사라지니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밤새 잠을 설치고,
다음 날이 되었는데,
고통의 강도와 날카로움은
점점 더해졌다.
드디어, 휴가 전 마지막 날을
직장에서 보내고,
퇴근을 했는데,
어깨 통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퇴근한 시간이 늦은 밤이라,
병원에 가기도 뭐해서
다시 잠을 청했다.
날이 밝으면
병원에 가봐야지 생각하면서...
자려고 누운 그 순간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단 1초도 멈춤없이 고통이 지속되었다.
고통이 0에서 10 척도사이라면,
0.1의 변화도 없이
지속적으로 10의 강도로 아팠다.
살면서, 이렇게 끔찍한 고통은
처음이었다.
나는 단 1초도 잠들지 못했다.
아침 9시에 택시를 타고
어깨 전문 병원에 갔다.
통증 자체가,
동네 정형외과에 갈 정도를
넘어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내 증상을 듣자마자 익숙한 듯,
엑스레이 촬영을 하도록 했고,
결과를 보며 내게 말했다.
"고통이 너무 끔찍하시죠?
사람의 고통을 0에서 10으로 매겼을 때,
출산때 느낀 고통을 8로 느낀 여성분들이
이 고통은 9 정도라고들 하세요.
이 고통은 출산의 고통을 넘어섭니다."
어깨 관절이 돌아가는 지점에
칼슘 덩어리가 생겨서
끼인 상태라고 했다.
보통 생기는 위치가 아닌
좀 특이한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욱 극심한 통증이 있다고 했다.
병명은 석회화 건염인가 그랬다.
목에다가 주사 바늘을 꼽고
마취를 하고,
그 칼슘 덩어리가 있는 곳에
주사를 맞았다.
휴가는 당연히 물건너갔다.
완전히 정상적으로 회복되는데
일주일 가량 걸렸기 때문이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종종,
출산의 고통을 가장 큰 고통으로 여기며,
무용담처럼 출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출산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단연코 내가 겪은 고통이 훨씬 크다고
장담할 수 있다.
산통을 느끼는 사람을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통이 극심할때는 거의 죽어가지만,
고통의 주기가 있어
오르락 내리락 했다.
진통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쉴 틈을 준다.
아이를 낳을 때 느끼는 산통은
아이를 낳고 나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내가 겪은 고통은
최대치 고통 10에서
단 1초도 내려가지 않고
지속되었다.
단, 1초도 잠들 수 없는
척도 10의 끔찍한 고통....
상상이 되는가....
변동하나 없이,
최고치의 고통이 24시간
지속된다는 것을.....
지난 삶을 돌아보니,
정말 힘들었던 적들이
내 인생 군데 군데 있었다.
하지만, 단 1초도 멈추지 않는
끔찍했던 고통은 없었다.
힘들어도
잠을 잤고
힘들어도
친구랑 술 한 잔에
위로를 받았고
힘들어도
가끔 웃기도 했고
힘들어도
어느 때는 나아지곤 했다.
단 1초의 멈춤없이
끔찍한 고통을 느낀 적은 없었다.
힘든 시기가 몇년 지속된 적도 있었지만,
1초의 멈춤없이
연속되는 끔찍한 고통은 아니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삶에서 힘든 날들이
많이 섞여있어도
그렇지 않은 날들도 섞여있으니,
충분히 견딜만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란 그런거 아닐까?
1초의 멈춤없이 지속되는
최고치의 고통이 아니라면,
능히 맞서고 견뎌내며
살아볼만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