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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vs. 아침 8시

내 기분은...

by 영순

새벽 5시에 잠이 깼다.


악몽을 꾼 것 같으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방의 온도는 적정한 것 같으나

내 몸에는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지금 내 몸은 편안한 상태인 것 같았으나

근육이 저릿하고 통증이 있는 것 같았다.




다시 잠들 수 없었다.




12시 30분에 잠이 들었는데

새벽 5시에 깼으면

도대체 잠을 얼마나 잤단 말인가.


이렇게 깨어있다가

결국 출근을 하게 되는건가.


이런 생각이 들자,

예민해지고 화가 났다.




내 마음이 지금 왜 이렇지?




단순히 5시에 잠이 깬 것,

수면 시간이 부족한 채로

하루를 살아야 되는 것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삶이 힘드니,

다른 상황을 해석하는

나의 마음이 부정적이고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이는 거다.




5시 30분이 되도록

잠이 오지 않자

화가 났다.


잠은 오지 않고,

눈은 따가워서 떠지지도 않고....




탁자 위의 등을 켜고,

핸드폰을 켠 후,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에서

보지 못했던 영상을 켰다.


그렇게 1시간 동안 영상시청을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6시 30분이 되자,

너무 잠이 쏟아졌다.


탁상 위의 조명과 핸드폰을 끈 후,

잠을 다시 청했다.


그리고,

5분 정도 잔거 같았는데,

다시 잠이 깼을 때는

8시였다.


1시간 30분이

5분만에 지나간거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도대체 얼마나 꿀잠을 잤길래,

5분 잔거 같은데 1시간 30분이 지났단 말인가.




그리고 문득 깊은 깨달음이 있었다.


새벽 5시에 나는

불쾌하고 화가 났었다.


항상 일어나는 8시에 느껴지는

몸 상태와 기분이 아니라,

5시에 느껴지는 것들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즉, 새벽 5시에는 전날 아침 8시와 비교한

모든 감정과 생각이

나를 휘감았었다.


잠들려고 노력했던 30분을 쓰고

새벽 5시 30분부터 1시간동안

계획에도 없고 원하지도 않았던

영상 시청을 했을 때는

내내 기분이 불쾌했었는데


6시 30분부터 5분 잔거 같은데,

8시에 잠이 깼을 때는,

5시에 느꼈던 몸의 느낌과

8시를 비교했기에 너무 행복했다.


오늘 아침 8시는

어제 아침 8시와 비교하면

질 떨어지는 아침이었지만,

5시에 느꼈던 것에 비교하면

날아갈듯 가벼웠다.


눈도 따갑지 않고,
몸도 새털처럼 가벼웠다.




그리고 깨달음이 다가왔다.


내가 지금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자동적으로 세팅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정한

그 무엇과 비교하기에

느껴지는 것이라고....


그 대상이 달라지는 순간,

나의 기분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내 기분은

얼마나 간사하고

얼마나 가벼운 것이란 말인가....


기분과 감정을 기준 삼아

모든 것을 판단하는

나의 날들이 문득

유치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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