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진짜인데....
코로나가 한창 유행이던 그 시절,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마스크를 잘 써서인지,
하늘이 도와서인지,
개인 위생을 철저히해서인지,
환자와 접촉을 안해서인지,
그 이유를 알수는 없지만,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걸릴때도,
난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집안의 가족이 모두 걸렸을 때도,
난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가 그렇게 사그라드는 것 같다가,
갑자기 대유행을 했었던 때가 있었다.
마치, 완전히 꺼진 듯 한 불씨가 살아,
산 하나를 완전히 태워버린 것 같은
그런 상황 말이다.
다들, 코로나에 걸린 증상을
심하게 말했기에, 나도 겁이 났다.
꼬박 일주일을 끙끙 앓았는데,
나는 내가 들었던 그 어떤 증상도 없이,
나만의 증상이 있었다.
침을 삼키면 목이 아픈게 아니라,
삼키키도 전에 하루 종일,
누가 칼로 목을 베는 것 같았다.
입맛이 없어서,
하루 종일 물 한잔만 먹어도
토할 것 같았고,
물 한잔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 외엔 어떤 증상도 없었다.
정확히 일주일이 되자,
목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고,
입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코로나에서 회복되고
내가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얼큰한 찌개였다.
부대찌개 집에 가서
부대찌개를 1인분 시켰다.
첫 술을 뜨고
깜짝 놀랐다.
미각의 90% 아니,
99%가 사라진 듯 했다.
물에는 아무 맛이 안나는 것 같다고
느끼며 살았지만,
그때 부대찌개를 한 숟가락 뜨면서
생각한 것은,
아~ 물이 정말 풍부한 맛이 있는
감미로운 액체였구나하는
것이었다.
찌개도, 밥도 아예 아무런 맛이 안났다.
어찌 표현할 수가 없다.
맛이 없는게 아니고,
간이 안 맞는게 아니고,
아예 맛이 안났다.
마취가 완전히 된 상태에서
살을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난 그냥 부대찌개 집을 나왔다.
그 이후로 일주일간,
무엇을 먹어도 그 느낌이었다.
서서히 미각이 돌아오기 시작해서,
완전히 돌아오는데 3주가 걸렸다.
완전히 돌아오고 나서,
커피를 마셨을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매일 아침 마시던 커피도 맛을 모르니,
정말 사는게 낙이 없었다.
어르신들이 나이들면
입맛이 떨어지고,
그러면 사는 낙이 없다더니,
먹는 낙, 맛, 향기가
이렇게 인생에서 큰 행복일 줄 몰랐다.
이 정도 되면,
일상에 대한 감사함으로
글이 마무리되어야 할 것 같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다른 거였다.
그 무렵,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코로나 후유증에 대해서 말했는데,
어머니는 내 후유증은 귓등으로도 안들으셨다.
어머니는 먹기만 하면 토하고,
온 몸이 두드려 맞은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한달을 고생하셨다고 했다.
일주일 고생한 내 증상은
잘 믿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내 동생은,
미각 상실이라고 하니,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게 말이 되냐고.
자신은 오한이 오고,
두드려 맞은 것처럼
누워서 시체처럼 있었다고 했다.
아내는 말했다.
이틀까지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끙끙 거렸는데,
3일째 되니 말짱해지더라고...
일주일을 앓아 눕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때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겪은 것만 진실로 믿는구나.
자신이 경험한 것을 제일 크게 생각하고,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구나...
우리 넷은 모두 같은 질병을 앓았으나,
겪은 증상이 모두 달라,
다른 사람의 것은 흘려듣거나,
무시하고, 나의 것만을 크게 이야기하고,
공감 받고, 이해받기를 원하는구나....
우리 가족은 더없이 끈끈하고
행복한 가족이었는데도 말이다.
타인과의 관계는 오죽하겠는가?
이렇게 저마다 자신이 겪은 일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것은 믿지 않거나 배척하면서,
우리는 서로 고통을 주고 받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