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틀림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우린 서로가 서로를 향해
'틀리다'고 하지 말고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고
이 얼마나,
멋지고 고귀한 말인가.
그런데, 이게 정말
우리 일생생활에서,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가능한가?
나의 일에,
나의 삶에,
실시간으로 파고들며,
힘들게 하는 그 많은 것들을
'다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정말 가능한가?
나는 닭다리살이 너무 맛있다.
닭다리살이 없으면,
닭날개가 너무 맛있다.
닭날개가 없으면,
닭 목이 너무 맛있다.
너무 배고파서
흙이라도 파먹어야 하는게 아니라면,
닭가슴살은 먹기가 싫다.
입에 넣고 씹었을 때,
야들야들하고 기름진 부위(닭다리살)랑
퍽퍽하고 전부 깨지는 부위(닭가슴살)랑
사람들은 어느 부위를 좋아할까?
당연히 닭다리살 아닌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흰머리가 하나둘 늘어날때까지
언제나 닭다리살이 먼저 사라지고,
닭날개가 그 다음으로 사라지는 것을
수십년간 목격해왔다.
그런데,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닭다리살은 건드리지도 않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도 난 믿기지가 않는다.
씹자마자 퍽퍽하고 깨지고
푸석푸석한 닭가슴살을
야들야들하고 미끄러지듯이
즐거움을 주는 닭다리살보다
더 좋아한다고???
에이~ 말도 안되.
그냥 관심 받을라고
특이해보일라고 하려는
말이 아니고?
사각사각하고,
쫀득쫀득하고,
식감이 죽여주는
우럭보다
물컹물컹하고
씹어도 씹어도
도대체 씹혀지지 않는
광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로 실존한다고?
횟집에 가서
쫀득쫀득한 식감의
'우럭 주세요!'가 아니라
물컹물컹한
'광어 주세요!'가 정말
나온다고????
에이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런데, 그런 사람은
진짜로 존재했다.
내 눈으로 그런 사람을 여럿 봤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실이었다.
내가 믿던 거대한 신념,
수십년간 단단하게 쌓아올린
거대한 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 사람은 정말....
다르구나....
야들야들하고 기름지고
너무 너무 맛있는 닭다리살이 아닌,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이었는데,
정말 만에 하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말도 안되기 때문에
틀리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니....
정말 존재한다면,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인거다.
맨날,
멋있는 말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하는
그 말들은 이제 너무 식상한데,
정말로 다르다는 것을
마음 깊이 진심으로
느낀다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상대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틀린 그 사람이 나를, 나의 일을,
나의 삶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고, 너무 원망스럽고,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충격적이게도,
이게 '정말 다른거라면'
나는 그동안 얼마나 세상을, 타인을
내 기준으로 재단하고 살아왔는가...
이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다....
지금도 난,
쫄깃쫄깃하고 사각사각한 우럭과
물컹물컹하고 씹혀지지 않는 광어를
동시에 2개를 놓고 한점씩 먹어보면
단연코 우럭이 승리한다고
지금도 난,
야들야들하고 기름진 닭다리살과
푸석푸석하고 씹을 때 기분 나쁜 닭가슴살을
동시에 2개를 놓고 한점씩 먹어보면
단연코 닭다리살이 승리한다고
100% 그렇게 믿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다보니,
내 생각이 100%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내 고통은 내가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본다.